봄엔 꽃보다 사람이 먼저 앓는다

by 알레프


겨울 바람은 알겠다
초목 사이로 스며들다
옷깃만 꼭 닫아주면
가슴 한쪽은 살아난다

하지만 봄은 다르다
어느새
어디서였더라
웃고 서 있었을 뿐인데
목 끝이 먼저 가렵다


그래서 봄엔
꽃보다 사람이 먼저 앓는다
따뜻해지려다
먼저 앓아눕는 계절
에취
한 번 터지고 나면
눈가가 먼저 붉어진다
봄엔 꽃보다
사람이 먼저 앓는다

에취


겨울엔 숨을 모았다
하얀 입김을 접어 두다
봄 공기 한 모금 들이켜
그 자리에서 또
에취—

코끝에 매단 물방울
참으려 해도 흘러내려
버스 창가에 기대다가
창틀마다 감기 흔적


그래서 봄엔
꽃보다 사람이 먼저 앓는다
활짝 피려다가
먼저 시큰대는 계절
손등으로 입을 가려도
기침 소리는 새어 나온다
봄엔 꽃보다
사람이 먼저 앓는다


해가 길어진 탓일까
집에 가기는 싫은 밤
편의점 불빛 아래서도
콧물만 길어져 간다

누가 먼저 아팠을까
산책 나온 저 개일까
아니면 내 옆을 스치는
수십 개의 봄 바람일까


그래서 봄엔
꽃보다 사람이 먼저 앓는다
반팔을 꺼내다
두꺼운 약봉지 챙긴다
재채기 사이로 웃으면서
그래도 봄이 좋다 한다
에취
또 한 번
사람이 먼저 앓는다

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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