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박스들이 조용히 쌓여가고
말 없는 창고 안에 하루들이 눕는다
손끝에 남은 온기 지워지지 않은 밤
이건 물건이 아니라 내가 지나온 시간
출고하는 날
문을 여는 순간
내 보람의 무게가 한 칸씩 움직인다
부디 그곳에서 따뜻하게 닿기를
내가 보낸 하루가
누군가의 하루에
살며시 내려앉기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알고 있어
이 안에 담긴 것들 하나하나의 사연
넘어질 때마다 다시 쌓아 올렸던
어설픈 손길마다 묻어 있는 내 이름
포장지 너머로 전해질 수 있을까
조심스럽게 담은 내 마음 한 조각
완벽하진 않아도 정직했던 시간
그게 내가 보낼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출고하는 날 잠시 멈춰 서서
이름 없는 나의 수고를 조용히 안아본다
어디쯤에서 누군가 웃는다면 그걸로 충분해
오늘도 박스는 떠나고
나는 남아서
다음 하루를 준비한다
이 시는 노래로도 이어집니다.
듣기: YouTube 링크
https://youtube.com/shorts/n2-eSTxt_RE?si=asxJnLAUZkr2fsG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