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서 연례행사처럼 여겨지던 것이 있다. 바로 노조의 파업이다. 그런데 올해는 매년 이어졌던 자동차 업계의 파업 소식이 잠잠하다. 알고 보니 현대차와 기아 그리고 한국 GM까지 무분규 타결로, 파업 없이 노사가 합의를 본 것이었다.
일각에선 “요즘 노조 향한 비판이 엄청나다 보니 이제 좀 달라지는 건가?”라며 기대감을 내비치는 눈치다. 3년 연속으로 혹은 10년 만에 파업 없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되면서 네티즌은 기쁨과 의아함을 동시에 느끼는 분위기다. 오늘은 자동차 업계의 임단협에 관한 이야기를 파헤쳐 보고, 네티즌의 반응까지 살펴보자.
현대자동차 3년 연속으로
무분규 임단협 타결했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사가 분규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해까지 무려 3년 연속으로 파업 없는 원활한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사는 2019년에는 한일 무역분쟁 여파, 2020년에는 코로나 19 사태 속에 파업 없이 교섭을 마무리했다.
올해의 경우, 코로나 19 여파가 지속하는 데다가 반도체 수급 문제로 휴업 사태를 빚는 등 위기가 여전한 것에 노사가 공감해 파업 없이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잠정합의안은 호봉승급분을 포함한 기본급 7만 5,000원 인상, 성과금 200%+350만 원, 품질 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 원, 미래 경쟁력 확보 특별 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 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 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한국 GM도 올해
파업 없이 평화롭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한국 GM 역시 파업 없는 원활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최근 한국GM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2차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해 찬성 65.7%로 통과시켰다. 투표엔 조합원 7,628명 중 7,012명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차 잠정합의안은 월 기본급 3만 원 인상과 일시금 450만 원 지급을 골자로 하는 1차 합의안에 일시금 중 400만 원을 타결 즉시 지급하고, 직원 1인당 30만 원 상당의 자사 브랜드 차량 정비 쿠폰과 20만 원의 재래시장 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로써 한국GM 노사는 15차에 걸친 임금 교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게 됐다.
심지어 기아도
10년 만에 무분규 타결
기아 노사 역시 올해엔 파업 없이 임금 협상안에 합의했다. 무려 10년 만의 무분규 타결이다. 기아 노조는 당초 현대차 노조보다 더 많은 사안을 요구했으나, 결론적으로 현대차 노조와 크게 다른 바 없는 합의안에 만족했다.
기아의 임금협상 합의안은 기본급 7만 5,000원 인상, 경영 성과금 200%+350만 원, 품질브랜드 향상 특별 격려금 230만 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10만 원, 여가선용을 위한 특별주간연속 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무분규 합의를 이끈 노사 공동 노력에 대한 무상주 13주 지급도 포함했다.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 노조 요구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아직 한 발 남았다”
르노삼성 임단협은 오리무중
국내 완성차 업계가 올해 임단협을 잘 매듭짓고 있는 가운데, 르노삼성자동차는 홀로 협상 타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기본급 동결 등 핵심 쟁점에서 노사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경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사 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일시금 500만 원 지급, 내수 및 수출 물량 10만 대 목표 달성 시 100만 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7만 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 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 측은 지난 25일 13차 교섭에서 일시금 지급 규모를 800만 원으로 확대했지만,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적법한 이익이 아닌
무리한 이익 추구가 문제
노조는 ‘노동조합’의 준말이다. 노조법 제2조 제4호에 따르면, 노동조합이란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연합단체"를 말한다.
이렇듯 본디 노조는 근로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회사의 불합리한 대우에 대처하고 적법한 이익을 누리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민주주의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것도 노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에선 노조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못하다. 기본적 권리, 적법한 이익이 아닌 도를 넘은 요구들이 빗발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떤 요구를 했길래?
“근무시간 단축에
기본급은 인상?”
그간 노조가 요구해온 사항들이 어느 정도로 과했길래 네티즌의 분노를 샀던 것일까? 기아 노조의 이전 요구안을 살펴보자. 기아 노조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제공,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월 9만 9,000원 기본급 인상, 노동시간 주 35시간 단축, 최대 만 65세로 정년 연장 등이 담긴 요구안을 제시했다.
전체적으로 무리한 요구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월 약 10만 원의 기본급 인상에 노동시간은 단축시켜달라는 모순적인 요구가 특히 눈에 띈다. 게다가 생산직의 실수로 조립 불량의 사례가 속출하면서,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연봉만 올려달라고 떼쓰는 게 너무 이기적이다”라는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네티즌 반응
살펴보니 이렇다
그간 위와 같은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현대차, 기아, 한국 GM 모두 파업 없는 합의를 도출해 국내 소비자를 놀라게 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업을 진행할 듯이 으름장을 놓던 기아까지 10년 만에 파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하자, 네티즌의 반응이 더욱 뜨겁다.
일각에선 “이제 연례행사라고 안 불러도 되나?”, “드디어 정신 차렸나 보다”, “그래 말로 잘 해결해야지. 지금까지 파업을 그렇게 한 게 잘못됐던 거지”, “올해는 진짜 웬일이야?”, “죽어라 까니까 진짜 바뀐 건가?” 등 자동차 업계 노조의 행보에 놀랍다는 반응을 더했다.
대개 사람은 안 변한다고 한다. 성격의 정의 자체가 그 사람의 고유한, 기질적인 특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인 단체 역시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성장할 수는 있다. 본질이 바뀌지는 않아도 시간이 지나며 남과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오늘의 사례도 그렇다. 누군가는 무분규 타결이 그저 ‘이례적인 것’이고, 앞으로 전과 같은 파업이 또 일어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내년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의 사례로 우리는 희망을 봤다. 사람은 변하지 않지만, 성장할 수 있고 이는 기업 혹은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다. 독자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알 수 없는 미래에 정답은 없으니,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