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는 ‘중고차’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개개인의 의견은 다르겠지만, 통계는 대다수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을 불신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불신의 대상은 품질, 가격, 판매자 등이다. 이에 많은 소비자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현대차보다 먼저 국내 중고차 시장에 진입 의사를 밝힌 기업이 있다. 전기차의 선두주자, 테슬라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이미 벌이고 있는 중고차 사업을 한국에도 들여오겠다는 입장이다. 테슬라까지 중고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가운데, 현대차와 중고차 업계의 합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궁금할 독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은 테슬라의 중고차 시장 진출 그리고 현대차와 중고차 업계의 합의 및 갈등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미국에서처럼 한국에도
직접 중고차 판다
최근 국내 중고차 시장에 테슬라가 직접 진출해 중고차를 판매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테슬라는 이미 미국에서는 중고차를 직접 팔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다음 달 말부터 직접 팔기 시작한다는 소식이다.
이는 이른바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부를 수 있는데, 인증 중고차 사업은 제조사가 직접 중고차를 사들이고 검수해서 판매하는 걸 의미한다. 테슬라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모든 기종을 인증 중고차로 취급하며, 주행거리 7만 km 이하 자동차를 주로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좀 더 비싸긴 하지만
소비자가 인증 중고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물론 인증 중고차가 조금 더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해당 단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는 인증 중고차를 구매하기를 희망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완성차 제조사가 투명하게 차량 상태와 정비 내역을 공개하기 때문이다.
그간 중고차 시장에서 일어난 여러 사기 피해 사례만 보더라도 소비자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지난 5월만 해도 한 남성이 중고차를 사러 갔다가 구입을 강요당해서 대출까지 했던 사례가 있었고, 경제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게다가 ‘테슬라’라면
더더욱 중고차가 이득이다?
테슬라의 중고차 사업은 차주에게도, 제조사에도 모두 이득인 장사로 평가받는다. 먼저 테슬라 차주는 테슬라 차량을 테슬라에 팔면, 그 가치를 더욱 높게 인정받을 수 있다. 그리고 차를 팔면 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더 비싼 차량을 구매할 때 그 가치만큼 할인해 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가격적인 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특히 FSD가 없는 차량을 비싼 값에 매입하는 경우가 그렇다. FSD는 소프트웨어이기에 후에 해당 기능을 추가해 판매해도 테슬라 측은 비용 부담이 없다. 그렇기에 후에 중고차로 해당 모델을 판매할 때 FSD를 장착하고 팔면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수입차 브랜드는
이미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 지 오래인데…
사실 이미 테슬라뿐만 아니라 벤츠, BMW 등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가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브랜드 신뢰도를 관리할 수 있고, 부쩍 커진 중고차 시장의 사업성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셈이다.
그런데 벤츠, BMW 그리고 테슬라까지 국내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음에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만 아직 직접 중고차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미스터리다. 이에 일각에선 이런 사태에 “이게 역차별이 아니면 무엇이냐”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대차 VS 중고차 시장
세부 합의는 불발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을 못 하도록 막아왔으나, 2019년 초에 이 기한이 만료됐다. 이에 현대기아차가 중고차를 팔겠다고 나섰지만, 중고차 업계에서는 이에 완강하게 반대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자체적으로 중고차 사업에 착수하면 중고차 시장에 종사하는 이들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문제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지도 꽤 됐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중고차 업계와 관련해 회의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세부적 합의가 끝내 불발됐다는 소식만이 들릴 뿐이다.
“점진적으로 진입해도 되지만
이런 것은 용납 못한다”
합의에 대해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지금까지 양측에서 합의된 내용은 “완성차 제조사가 중고차 시장에 단계적으로 진출하는 것을 허용한다”라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을 올해 3%, 내년 5% 이렇게 매년 2%씩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쟁점을 놓고 양쪽의 주장이 팽배하게 갈렸다. 중고차 업계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덧붙였는데, 먼저 현대차가 중고차 직매입을 못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고차 업계에는 줄어든 거래 물량만큼 신차 판매 권한을 떼어달라는 요구까지도 했다.
‘소비자 권익'은
쏙 빠진 합의
더 큰 문제는 양측의 입장만 고려하다가 소비자를 위한 논의는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불투명한 거래 관행 개선이나 가격 인상 우려 등의 이야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중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도 "소비자 권익과 관련된 얘기는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할 정도였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진입 논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양측의 밥그릇 싸움에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상황에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다.
지금까지 테슬라의 중고차 시장 진입 소식과 현대차와 중고차 업계의 합의 상황까지 폭넓게 살펴봤다. 테슬라의 경우, 차주와 소비자 그리고 기업에까지 장점을 안겨줄 수 있는 사업이 중고차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많은 수입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함에도 국산차는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도 살펴봤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식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을까? “테슬라나 대기업이 중고차를 직접 팔든 말든, 양심 없는 중고차 업자만 사라진다면 환영이다”, “제발 대기업 들어와야 합니다”, “중고차 시장 믿을 수가 있어야지, 국산차도 얼른 진입해야 한다” 등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많은 네티즌의 의견대로 중고차 시장은 현재 자정작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얼른 양측이 세부 사항까지, 그리고 소비자를 위한 사항까지 모두 합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