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해(2024년) 미국 시장에서 75,00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대비 8.4%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판매량 229,532대의 약 32.7%에 해당한다.
미국 진출 8년 만에 연간 7만 대 판매라는 마일스톤을 돌파했으며 3대 중 1대는 미국에서 팔린 셈이다. 특히 2020년(16,384대)이었던 판매량이 2021년(49,621대), 2022년(56,410대), 2023년(69,175대), 2024년(75,003대)로 매년 앞자리 숫자를 바꿔 올리는 고공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전동화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모델은 대형 전기 SUV인 GV90이다. 이 모델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통합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되며, 오는 2026년 2분기 출시가 목표다.
GV90은 6인승 좌석 구조, 풀 플랫 바닥 구조, 캐시미어와 고급 우드 소재로 마감된 실내 공간 등 최고급 사양을 갖출 예정이다. 독립형 전시장이 늘어난 미국뿐 아니라 유럽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BMW iX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GV80 하이브리드, G80 하이브리드, GV70 확장형 전기차(EREV) 등 다양한 전동화 모델이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투입된다. 특히 GV90 EREV 모델은 내연기관 기반 주행거리 확장 전기차로 개발돼 한 번 충전에 최대 700마일(약 1,126km) 이상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는 생산 거점의 현지화 필요성도 높이고 있다. 현재는 GV70 전기차만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나머지 라인업은 국내 울산 공장에서 수출된다. 하지만 향후 미국 행정부가 수입차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재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네시스도 생산기지를 추가로 미국에 마련할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조지아주에 연간 5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제네시스 전동화 모델의 일부를 이곳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제네시스 특성상 노조와의 협의 없이는 미국 현지 생산 전환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북미 지역의 독립 전시장도 확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 내 제네시스 단독 전시장 수는 총 60곳으로 전년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기존 현대차 매장에서 함께 전시되던 방식에서 탈피해 전용 전시공간, 시승 프로그램, 차량 관리 서비스 등 프리미엄 경험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유럽 시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제네시스는 독일, 스위스, 영국 등에서 전기차 위주로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으며 점차 전시장과 서비스 인프라를 확대 중이다.
제네시스는 2021년부터 전동화 전환을 선언하며 2030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만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GV90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전동화 라인업은 기존 고급 브랜드들이 주도하던 시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