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가 전국 최초로 주정차 과태료에 대한 ‘AI 음성 이의신청 서비스’를 도입했다. 겉으로는 법률 취약계층을 배려한다는 취지지만, 실제 민원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고령자와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라기엔 오히려 사용이 더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은평구는 이달부터 주정차 위반 과태료 이의신청을 모바일을 통해 음성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신청인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직접 진술하면 AI가 이를 문자로 변환해 이의신청서를 작성해주는 방식이다. 구는 이를 통해 글쓰기가 어려운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등 법률 취약계층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정작 현장 반응은 기대와 전혀 딴판이다.
AI 이의신청 서비스의 도입 취지는 분명했다. 행정 절차가 어려워 권리를 포기하는 고령자와 장애인, 외국인을 위해 ‘누구나 쉽게 말로 이의신청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를 이용해보려는 이들 사이에선 “도대체 이걸 어떻게 쓰라는 거냐”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스마트폰과 음성 인식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음성 이의신청을 이용하려면 모바일 기기 설정, 개인정보 수집 동의, 마이크 사용 승인, 음성 녹음 기능 활성화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고령자와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장애인에게 이 과정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AI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정작 이들의 접근은 더 어려워진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I 음성 인식의 정확성도 논란이다. 사투리를 사용하거나 발음이 부정확한 경우, 말을 더듬거나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경우 AI가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엉뚱한 내용으로 이의신청서가 작성될 가능성이 있다. “사투리 쓰면 AI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다'던 서비스가 결국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은평구의 AI 음성 이의신청 서비스는 디지털 전환과 행정 혁신을 내세웠지만,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오히려 시민 불편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선언적 구호보다는 실제 현장 민원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이 디지털화만 앞세워 보여주기식 서비스로 끝난다면, 결국 불편을 겪는 건 시민들이다. 앞으로 디지털 행정을 추진할 때는 기술 도입의 명분보다 실제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행정당국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