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전재준이 1차선에서 정속주행을 하는 카니발을 향해 시원하게 욕을 쏟아붓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현실에서도 1차선 정속주행에 많이 당한 여러 운전자들의 속을 뻥 뚫어주기도 하였다.
이런 분노는 비단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1차선 정속주행은 많은 운전자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순히 비매너를 넘어 중대한 법적 위반 사항이다. 1차선 정속주행은 왜 문제가 되고, 범법 사항이지만 처벌이 되지 않을까?
불법이자 위험천만한 1차선 정속주행의 민낯
많은 사람들이 모르거나 크게 개의치 않아 하지만 고속도로 1차선 정속주행은 엄연한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다른 차를 앞지르려면 그 차의 좌측으로 통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며 1차선을 추월차로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20조 제2항은 "고속도로에서 1차로는 앞지르기를 하려는 모든 차의 통행에 이용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앞지르기 외의 목적으로 1차로를 계속 주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는 4만 원, 승합차는 5만 원의 범칙금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법으로까지 1차선 정속주행을 규제할 이유가 있나 싶으면서도, 1차선 정속주행이 교통 체증과 교통사고의 주원인임을 알면 이해하게 된다. 추월을 위해 비워두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점유하고 있으면, 뒤따라오던 빠른 차량들이 차선 변경을 반복하게 되어 유령 정체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고속도로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불필요한 지연을 초래하여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진다. 명절이나 휴가철 고속도로 정체가 더욱 심해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는 후행 차량들이 추월을 위해 2차선이나 3차선으로 무리하게 차로를 변경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급한 차선 변경, 과속, 차간 거리 미확보 등의 위험한 운전 행태가 나타나기 쉽고, 이는 곧바로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사람이 못 막는 1차선 정속, AI는 가능할까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1차선 정속주행이 사라지지 않고, 현실적으로 제재하는 사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인력이나 장비가 고속도로 전 구간에 상시 배치되기 어렵고, 영상 인식 시스템도 추월 목적 여부를 즉시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정속 주행과 합법적 추월 후 복귀 지연의 경계를 판단하기 어려워 단속 기준을 명확히 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단속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차량의 주행 시간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추월 후 일정 시간 이상 1차로를 점유한 차량을 자동 식별하는 기술을 고속도로 주요 지점에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위반 차량에 대한 즉시 문자 안내 및 블랙박스 연계 신고 시스템을 활성화하면 단속 효율이 크게 높아진다. 신고 제보를 한 운전자한테 보상을 주는 것도 좋은 단속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속은 미덕이지만, 위치가 틀리면 위험이다
'나는 규정 속도를 지키고 있으니 문제없다'라는 안일한 생각은 도로 위 모든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스트레스를 넘어 분노를 유발하는 이기적인 행위이다. 나만 생각하는 운전 습관 하나가 전체 교통 흐름을 답답하게 하고, 잠재적인 사고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차는 개인이 혼자 사용하는 물건이지만, 도로는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운전자 한 명 한 명의 법규 준수와 배려가 필수적이다. 더 이상 1차선 정속주행으로 다른 운전자들에게 불편과 위험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1차선을 ‘전용 도로’처럼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차선 이용 습관이 곧 모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고, 오늘부터라도 1차선을 추월차로로 제대로 활용해 주길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