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이어지는 장맛비로 도로 곳곳이 침수되며 차량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뉴스에서는 차량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갇혀 운전자가 가까스로 구조됐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순식간에 차오른 물이 차량을 잠기게 만들고, 문이 열리지 않아 운전자가 극도의 공포 속에 탈출을 시도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문제는 많은 운전자들이 이처럼 갑작스러운 침수 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당황하게 된다는 점이다. 문을 열고 빠져나오려 해도 열리지 않고, 창문을 깨려고 해도 마땅한 도구가 없어 우왕좌왕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정확한 행동요령’은 무엇일까?
차량 침수 사고에서 탑승자의 목숨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바로 차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차량이 고장 난 것이 아니라, 물의 수압 때문이다. 차량 외부의 수위가 급격히 올라가면 차 문을 밀치는 강한 압력이 발생해, 운전자가 안에서 아무리 힘을 줘도 열 수 없게 된다. 이럴 때는 무작정 문을 밀기보다, 차량 내부 수위가 높아져 외부와 비슷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 실험에서도 수위가 같아지자 큰 힘 없이도 차 문이 열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진 않는다. 차량 내부로 급속히 물이 들어차며 호흡 곤란이 발생하거나, 어린 자녀와 함께 탑승 중이라면 신속한 탈출이 생명을 좌우하게 된다. 이 경우엔 창문을 깨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차 안에 ‘비상 탈출용 망치’가 비치돼 있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량엔 이런 도구가 없거나, 뒷좌석에 있어 접근이 어렵다. 이럴 때는 머리받침대(헤드레스트)를 뽑아 창문을 깨는 방법이 있다. 머리받침대 금속 막대를 유리창에 대고, 가장자리를 강하게 타격하면 유리가 깨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리 조각에 손을 다치지 않도록 창문의 윗부분을 타격하는 것이다. 힘이 부족한 경우에는 양손을 모아 막대 끝을 활용해 ‘찌르듯’ 내리찍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정면보단 측면 창문이 깨기 쉬운 것도 염두에 두자. 앞유리는 접합유리로 되어 있어 깨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측면 유리는 전통적으로 강화유리를 써서 상대적으로 깨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 몇 초의 행동이 생사를 가를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차량에 탈출 도구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머리받침대의 탈착 방식도 사전에 익혀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상 사고 상황이 닥쳤을 땐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방당국은 “도로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면 즉시 차량을 버리고 탈출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차량은 다시 살 수 있지만, 목숨은 단 한 번이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침수 사고에서 운전자가 차량을 지키려다 탈출 타이밍을 놓쳐 구조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장마철 차량 침수 사고는 해마다 반복된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올바른 대응 방법을 숙지하지 못한 채 사고에 휘말리는 건 여전하다. 비가 많이 오는 날, 침수 우려 지역은 가급적 피하고, 침수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 해두는 것도 하나의 생존 전략이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