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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할 수 있을까...한때 기아의 ‘기함’이였던 이 차

by 뉴오토포스트

2021년 이후 큰 변경이 없는 기아 k9
풀체인지 예정 또한 없어
플래그십 모델에 K 브랜드를 사용한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

k9_exterior_flagship_pc.jpg 사진 출처 = '기아'

한때 기아자동차의 기술력과 브랜드 위상을 보여주던 모델이 있었다. 바로 기아 K9이다. 2012년 첫 출시 당시, 기아는 K9을 최고급 대형 세단이라 소개하며 BMW7시리즈, 벤츠 S클래스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고급스러운 외관과 정숙성, 그리고 당시 보기 힘들었던 첨단 사양을 무기로 한 K9은 당시 국내 시장에서 꽤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K9은 그때의 기세를 완전히 잃었다. 판매량은 바닥을 치고, 시장 내 존재감도 희미해졌다. 2021년 부분 변경 이후 이렇다 할 변화가 없고, 2024년 기준 누적 판매량은 고작 2,209대. 사실상 단종 수순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존재감 잃은 플래그십의 현재

%EC%8A%A4%ED%81%AC%EB%A6%B0%EC%83%B720-1.png 사진 출처 = '기아'

K9은 2021년 부분 변경 모델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출시 당시에는 대형 세단 특유의 여유로운 공간감과 고급스러운 실내 등을 갖추며 '준 제네시스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K9만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졌다.


K9의 몰락은 K8의 등장이 결정타였다는 의견이 많다. 2021년 K7의 후속작으로 등장한 K8은 크기 이외에도 기존 K7의 단점을 잘 보완하여 출시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실내 마감재, 옵션 같은 것도 K9과 큰 차이가 없어 “굳이 K9을 살 이유가 없다”라며 K8을 선택하게 되었다. 2024년 기준 K9은 월평균 368대가량 팔렸지만, K8은 같은 기간 평균 3,000대 이상이 팔리며 판매량 또한 급격하게 벌어졌다.


K9이라는 이름의 한계, 그리고 놓쳐버린 기회

%EC%8A%A4%ED%81%AC%EB%A6%B0%EC%83%B719.png 사진 출처 = '기아'

K9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단순히 스펙이나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K9'이라는 이름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개’(canine)를 연상시키는 영어 발음은 해외 시장에서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고, K시리즈가 기아의 전체 라인업에 걸쳐 사용되다 보니 플래그십만의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다. K9 초기에는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로 분리하는 방안이 내부적으로 검토된 바 있다. 실제로 당시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별도 브랜드로 독립시키며 성공적인 프리미엄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기아는 제네시스와의 브랜드 간섭을 피하고자 고급 라인을 별도로 키우지 않고 결국 제네시스에 프리미엄 역할을 몰아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 결과 K9은 제네시스보다 낮은 브랜드 파워, K8과 겹치는 상품성, K시리즈에 묻힌 네이밍이라는 삼중고를 겪게 됐다. 지금은 정체성이 모호한 대형 세단으로 남아 있으며, 풀체인지 계획도 공식적으로는 없는 상태다.


되살릴 것인가, 조용히 퇴장할 것인가

k9_feature_bg_pc.jpg 사진 출처 = '기아'

지금의 K9은 ‘기아의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존재감이 희미하고 시장에서 고립되어 가고 있다. 전기차와 SUV가 중심이 되는 시장에서 차세대 플래그십으로 지정되고 있는 EV9의 존재, 하이브리드 세단의 다변화 등으로 제품군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K9은 방향을 잃은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K9이 가진 잠재력을 아쉽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 차량 자체의 품질이나 성능, 정숙성 면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브랜드 전략과 시장 내 포지셔닝이 부족했다. 지금이라도 기아가 K9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 아니라, 독자 브랜드화, 전동화, 차별화된 고객 경험 제공과 같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K9은 같은 식구였던 현대 아슬란의 전철을 밟아 조용히 단종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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