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왔다.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폭우는 예고 없이 도로를 잠기게 만들고, 그 속을 달리던 차량은 순식간에 고립된다. 뉴스에서 종종 보던 침수 차량 사고는, 2022년 기록적인 폭우를 시작으로 어느새 우리 일상 가까이 다가와 있다. 특히 지하차도나 저지대, 하천 인근 도로에서의 침수 사고는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의 운전자는 차량 침수 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차량이 침수되었을 때의 대처법은 수위에 따라 전혀 다르다. 타이어에 물이 반쯤 찼을 때와 차량 전체가 물에 잠겼을 때, 대응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상황 판단이 늦거나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 차량은 물론 탑승자의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단계별로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을까?
타이어 절반까지 잠겼다면? “과감히 탈출 시도해야”
운전 중 침수 구간에 진입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수위다. 물이 타이어의 절반 정도까지 찬 상황이라면 차량은 아직 자력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때 중요한 것은 주저하지 않고 빠르게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다.
많은 운전자가 물속에서 차량이 더욱 큰 손상을 입을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이거나 정지해 버리는데, 이럴 경우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수위가 타이어를 넘어가면 머플러나 엔진 흡기구를 통해 물이 유입되며 차량이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엔진이 손상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수위에서는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 침수 구간을 빠져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단, 주행 시 물살이 너무 세거나 도로 아래가 파여 있다면 바로 하차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보닛까지 잠겼다면? “절대 시동 걸지 말고 탈출 준비”
단 보닛까지 잠겨 엔진룸에 물이 찼음에도 시동을 걸려는 시도는 침수된 차량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실수 중 하나다. 이는 물을 빼내 차를 살리기 위한 행동처럼 보일 수 있으나, 오히려 엔진 안으로 물이 유입돼 완전한 고장 또는 침수차로 전락하는 지름길이 된다.
보닛이 잠기면 차량 전자장비도 마비되기 시작한다. 창문이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문 잠금장치가 오작동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럴 땐 차량을 빠르게 탈출해야 한다. 이 단계에선 시동을 끄고, 안전벨트를 풀고, 하차 준비를 하며, 문이 열리지 않을 때를 대비한 도구를 확보해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수위는 급격히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망설임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헤드레스트로 창문을 깬다”
이제는 실제 침수 사고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최악의 상황이다. 차량이 완전히 물에 잠겨 문이 열리지 않는 순간이다. 물 밖과 차량 내부의 압력 차이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때는 창문을 깨고 탈출하는 것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다. 가장 손쉬운 도구는 차량 내에 항상 있는 헤드레스트다. 좌석 등받이에 꽂힌 헤드레스트를 빼어 그 끝을 유리창 모서리에 강하게 내리치면, 강화유리로 된 창문이 산산조각 나며 탈출로가 열린다. 특히 창문의 가장자리 모서리 부분이 가장 약하므로 그 지점을 정확히 노려야 한다.
최근에는 비상용 안전망치가 탑재된 차량도 많지만, 없는 경우를 대비해 헤드레스트 활용법은 반드시 익혀둬야 한다. 그리고 창문이 깨졌다면 물이 더 빨리 들어오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탈출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람이 탈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는 순간, 재빨리 몸을 빼내야 한다.
나 자신을 지키는 작은 지식
기후변화로 인해 도심 침수 사고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여름철 장마와 국지성 폭우는 예고 없이 도로를 덮치며 차량 침수 사고를 유발한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의 침착함과 사전 지식은 곧 생존력과 직결된다.
타이어 절반까지 찬 물에서는 빠르게 탈출을 시도하고, 보닛까지 잠기면 시동을 끄고 하차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헤드레스트를 활용해 창문을 부수고, 침착하게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물에 잠긴 차량에서 허둥대기보다는, ‘단계별 행동 요령’을 미리 숙지하고 정확히 실행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나 자신과 동승자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운전면허를 가진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