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현대자동차는 2024년, 자사의 대표 소형 상용차 포터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LPG 모델 신규 출시와 EV 모델만을 남기는 결단을 내렸다. 정부의 탄소 규제 강화와 친환경 차 확대 정책에 발맞춘 조치였지만, 정작 현장 반응은 왜 디젤 모델을 없앴냐며 싸늘하다. 현장과 괴리된 결정이라는 지적 속에서 포터는 판매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포터 EV는 기술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전기차 대세에 잘 탑승하였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화물 운송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여러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충전 인프라, 출력 문제, 주행 성능 등 트럭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이 아직 전기차로 온전히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디젤 단종, 너무 성급했다는 평가
현대차는 포터 디젤 단종에 대해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제적 움직임과 한국 정부의 친환경 차 보급 확대 기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용차 역시 그 대상이다. 포터는 이미 전기차 모델을 판매하고 있었고, 이를 주력으로 삼아 디젤 모델을 과감히 정리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요층이다. 소형 상용차는 전기차로 전환되기 어려운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구매자 대부분이 자영업자, 배달업 종사자, 영세 물류업체 등인데, 이들은 경제성과 효율성, 그리고 무엇보다 즉시 운행할 수 있는 것을 중시한다. 이들에게 EV 전용 차량은 높은 구매가와 충전 시간, 충전소 부족 등으로 인해 오히려 불편을 초래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힘 부족하고 충전도 어렵다...현장 불만 폭발
전기차의 특성상 저속에서는 강한 토크를 바탕으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언덕길이나 고속 주행 시에는 출력 저하가 뚜렷하다. 포터 EV 역시 동일한 문제에 직면했다. 짐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가파른 언덕을 오를 때 “힘이 부족해 주행이 불안하다”라는 사용자의 후기가 적지 않다. 특히 도심 외곽이나 산업단지 등 배송 환경이 험난한 곳에서는 EV의 성능 한계가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많다.
충전 여건 또한 만만치 않다. 포터 EV는 완속 충전 기준으로 6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급속 충전을 하더라도 최소 1시간은 필요하다. 배송을 마친 뒤 퇴근 후 충전을 하려 해도 새벽 시간대 충전소를 찾기 힘들거나, 충전기 고장·대기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충전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운행해야 하는 트럭이 EV로 전환되는 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처럼 EV 전환 이후 포터는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국토부 차량 등록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하반기 들어 포터 EV의 신규 등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반면, 디젤 모델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기아 봉고는 판매량이 증가세를 보인다. 항상 트럭 시장의 ‘일인자’였던 포터와 봉고의 차이가 극명하게 줄어들었고, 같은 현대차그룹 소속임에도 제품 전략의 온도차가 소비자의 선택을 갈랐다.
디젤 봉고는 전통적인 화물차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면서도 충전 스트레스 없이 바로 운행할 수 있고, 출력도 기존 포터 디젤 모델만큼 뛰어나 여전히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일부 구매자들은 “이럴 거면 왜 디젤을 없앤 거냐”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포터 EV의 부진은 단순한 판매 문제를 넘어, 정책과 현실 사이의 틈새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실을 봐야 한다
많은 자동차 회사는 미래에 먼저 적응하기 위해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고, 실제로 우리 사회에 많이 적용되었다. 그러나 그 미래는 모든 소비자와 산업군에 똑같은 속도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이제라도 현대차는 현장 목소리에 다시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V 보급 확대가 단순한 수치 경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교통 인프라 및 사용자 환경 개선과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이번 사례가 증명한다.
친환경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방식과 속도는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포터의 부진은 단지 하나의 모델 실패가 아니라, 무리한 전환이 낳을 수 있는 여러 함정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