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1만 건을 넘어섰다. 이 중 상당수는 사망이나 중상을 초래했고, 피해자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매번 사고가 날 때마다 언론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전하지만, 정작 형사사건으로 이어졌을 때 실형 선고는 드물다.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사법 현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윤창호법’이라는 중대한 음주 운전 사망사고 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주 운전에 대한 법적 제재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왜일까? 단순히 재판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은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미비, 문화적 관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은 부족한 현실
우리나라의 음주 운전 처벌은 일견 강화된 것처럼 보인다. 2019년 개정된 ‘윤창호법’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면 면허정지 또는 취소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낮췄다. 하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허술하다. 예를 들어, 인명 피해가 없는 단순 음주운전은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난다. 초범의 경우 형량 자체가 낮은 데다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사례도 많다. 실질적 처벌보다는 ‘경고’의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형사처벌의 기준이 사고의 결과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점이다. 인명피해가 있어야 실형 가능성이 높아지며, 미수행 상태에서 음주 운전으로 적발될 경우에는 여전히 처벌 강도가 약하다. 예방보다는 사후 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행법의 구조적 한계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은 법 개정을 서두른다. 최근에는 ‘음주 운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같은 강력한 제도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은 대부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계류된다. 그 배경에는 입법 과정의 복잡성도 있지만, 법의 형평성과 위헌성 논란도 함께 작용한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윤창호법의 반복 음주 운전 가중처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형벌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입법자들에게 신중함을 요구하며, 처벌 강화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행과 문화가 만든 '관대한 처벌'
재판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생계형 운전자다. 택배기사, 대리운전 기사, 자영업자 등 자동차 운전이 생계와 직결된 피고인이 음주 운전으로 기소될 경우, 판결문에는 “실형 선고 시 생계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곧 감형이나 집행유예 사유로 연결된다. 법원이 선고에 있어 피고인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피해자로서는 ‘생계’라는 이유로 가벼운 형이 내려지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형벌의 본래 목적 중 하나인 사회적 경고 효과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번의 실수”라는 말은 음주 운전 재판에서 너무나 익숙한 표현이다. 사회적으로도 여전히 초범에 대한 관용이 널리 퍼져 있으며, 판결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음주 운전자의 약 30% 이상이 재범자로 확인된다. 이는 한 번 봐준다고 해서 다음 음주 운전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한국 특유의 회식 문화, 술 권하는 분위기 역시 음주 운전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잔만 하면 안 걸려”라는 말이 여전히 통하는 사회에서, 음주 운전은 중대한 범죄가 아닌 실수나 습관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는 음주 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 부족으로 이어지며, 법원이나 입법부의 미온한 대응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사회 인식부터 바꿔야
음주 운전은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잠재적 살인 행위다.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중대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이를 일탈이나 실수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은 강화됐지만, 집행은 약하고, 인식은 더디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되는 것은 개인의 무책임 때문만이 아니다. 이를 막지 못한 제도와 사회, 문화의 책임도 분명히 존재한다. 지금처럼 솜방망이 처벌이 지속된다면, 다음 피해자는 누구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제는 형량을 높이는 법 개정만큼, 사법부의 판단 기준과 사회 전반의 음주에 대한 인식을 함께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번쯤 괜찮겠지’라는 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변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