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배터리에 불이 붙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충전 중 과열되거나 충격에 의해 손상된 리튬이온배터리가 폭발하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번지는 것이다. 실제로 집 안에서 충전 중이던 킥보드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피도 하지 못한 채 큰 피해를 입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총 678건 발생했으며, 이 중 무려 70%에 해당하는 485건이 전동킥보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기기 결함이 아니라 사용자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올바른 충전 습관과 사전 점검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핵심 열쇠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충전 습관 하나만 바꿔도 생명을 지킬 수 있다”며, 특히 자는 동안 충전기 꽂아두기 등은 절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전열기기 과부하로 인한 화재 위험도 크기 때문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고효율·고출력이라는 장점 때문에 개인형 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동시에 작은 충격에도 내부 화학 반응이 일어나 폭발 위험이 높은 구조다. 특히 충전 중 과열이나 외부 충격이 겹치면 순식간에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화재가 대부분 일상 속 무심한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충전이 끝났음에도 계속 전원을 연결해둔다거나, 외출하거나 잠든 사이 충전을 방치하는 행위는 모두 고위험 행동이다. 화재 발생이 새벽 시간대에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고 일어났더니 불길이 집 안을 뒤덮었다”는 피해자 증언이 더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또한, 충전 장소도 중요하다. 특히 현관 앞이나 비상구 근처에서 충전하다가 불이 나면 대피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실제로 소방청은 “대피 통로 주변에서의 충전은 절대 금지”라고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충전은 반드시 통풍이 잘되고 가연성 물질이 없는 장소에서 진행해야 하며, 사용하지 않는 기기는 멀티탭에서 분리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품 선택과 사후 관리도 핵심 요소다. 정품 충전기와 KC 인증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배터리에서 부풀어 오르거나 탄 냄새가 나는 등 이상 증상이 감지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 수리업체에 점검을 의뢰해야 한다. 폐기 시에도 단자를 절연테이프로 감싼 뒤 지자체나 제조사 지정 수거함에 배출하는 절차를 지켜야 한다. 아무렇게나 버린 폐배터리가 수거·운반 과정에서 파손되며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소방청은 현재 폭염으로 인한 전기 설비 과부하 위험이 커진 상황이라며, ‘화재위험경보’를 경계 단계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배터리의 발열도 빨라지는 만큼, 여름철 배터리 관리에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가정 내에서는 멀티탭 과부하를 피하고, 충전 중 기기를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영근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리튬이온배터리는 잘만 사용하면 편리한 기술이지만, 관리가 소홀하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의 작은 실천이 나와 가족, 이웃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개인형 이동장치. 편리함만큼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더운 여름철일수록 충전 습관, 기기 관리, 폐기 방식까지 꼼꼼히 점검해 작은 부주의가 큰 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