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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난 캐스퍼 EV, 쫄딱 망한 혼다e와 뭐가 다를까?

by 뉴오토포스트

혼다 e, 4년 만에 단종됐다

반면 캐스퍼 EV는 해외서 인기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casper vs honda e.png 사진 출처 = 현대차, 혼다


한때 ‘디자인 혁신적이다’는 찬사를 받았던 혼다의 전기차 ‘혼다 e’는 결국 조용히 퇴장 수순을 밟았다. 2020년 유럽과 일본 시장에 출시됐지만, 2024년 1월을 끝으로 단종이 확정됐다. 반면,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지만 정반대의 전략을 택한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EV’는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주목받으며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패가 단순히 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에 있지 않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사례. 외형은 귀엽고, 기술은 정교했지만 혼다 e는 실패했다. 실속 있고 실용적인 옵션을 앞세운 캐스퍼 EV는 소비자에게 선택받았다. 두 전기차는 무엇이 달랐던 걸까?


‘가구’ 같았던 혼다 e vs ‘탈 수 있는 SUV’ 캐스퍼 EV

63250.jpg 사진 출처 = 혼다


혼다 e는 2017년 ‘어반 EV 콘셉트’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해, 당시 전기차 디자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양산형 모델은 콘셉트카의 레트로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고, 실내도 ‘거실’을 모티브로 한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대시보드 위에 가로로 긴 듀얼 디스플레이, 소파 재질의 시트, 보닛 중앙에 위치한 충전구 등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문제는 실용성이었다. 154마력의 출력, 후륜 구동 전용 플랫폼, 수랭식 배터리 등 기술적으로는 완성도가 높았지만, 주행거리는 WLTP 기준 약 210km, 실제 도심 주행 기준으로는 150km 남짓이었다. 반면 판매가는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사이로 책정되며, 유럽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성비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당시 혼다의 판매 목표는 연간 1만 대였지만, 현실은 그에 한참 못 미쳤다.


반대로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잡았다. 49kWh NCM 배터리 탑재로 1회 충전 주행거리 315km(WLTP 기준), 최고출력 120kW로 혼다 e보다 훨씬 더 긴 거리와 넉넉한 성능을 확보했다. 여기에 V2L 기능, 어라운드뷰, 뒷좌석 완전 폴딩을 통한 차박 공간 확보 등 ‘소형 전기 SUV’에서 기대할 수 없던 편의성과 공간 활용성도 갖췄다.


누가 타는가에 집중한 캐스퍼 EV의 전략

Hyundai-Inster-2025-1280-2b5b1d464cff87df4783892c709a227c13.jpg 사진 출처 = 현대차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결국 ‘내가 이걸 실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탈 수 있느냐’에 집중한다. 혼다 e는 디자인 중심 전략으로 쇼카(Show Car)처럼 주목받았지만, 실제 생활과는 거리가 있었다. 도심 주행용으로 특화됐다고는 하지만, 150km 수준의 주행거리는 실사용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북미 시장에는 아예 출시조차 되지 못했다.


반면 캐스퍼 EV는 ‘실제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에 집중했다. 아일랜드 시작 가격은 1만 8995유로(약 2839만 원)으로 가격 경쟁성을 입증했고, 영국에서는 26,745파운드(약 4,750만원)으로 시작 가격은 높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차종 대비 우수한 상품성을 입증받아 반응이 뜨겁다. 영국 현지 유튜버들의 리뷰에서는 “작지만 모든 게 들어있는 전기차”라며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Honda-e_Concept-2019-1280-7595bcdd8ff9b35906570a99b0d09d6887.jpg 사진 출처 = 혼다


‘탈 수 없는 전기차’였던 혼다 e와 ‘누구나 탈 수 있는 전기차’ 캐스퍼 EV의 차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콘셉트 디자인과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실제 소비자가 만족하지 않으면 시장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결국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화려함’이 아니라 ‘쓸모’였던 셈이다.

img-highlight-02-26my.png 사진 출처 = 현대차


럭셔리카 시장이 아닌 이상, 더군다나 중소형 자동차의 본질은 실속이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디자인보다 중요한 건 주행거리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는 더욱 냉정해진다. “예쁜데 못 타는 차”보단 “작지만 알찬 차”가 살아남는다.


현대차 캐스퍼 EV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누가 타고, 어디서 타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정확히 짚은 전략이 결과를 만들어냈다. 반면, 혼다 e는 ‘멋있는 차’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다 소비자의 손에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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