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중 갑자기 끼어드는 무언가에 깜짝 놀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특히 야간 국도에서 강렬한 헤드라이트 속으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라니는 오래전부터 운전자들의 공포 대상이었다.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과 돌발 행동으로 사고를 유발하곤 하는 고라니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다)”의 대표주자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살아있는 고라니보다 더 무서운 존재들이 생겼다. 바로 도로 위를 질주하거나 무단 진입하면서 사고 위험을 높이는 인간들이다. 자전거를 탄 사람을 자라니, 전동 킥보드를 탄 사람을 킥라니라고 부르며, 마치 고라니처럼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 붙여진 신조어다. 이들은 도로 위에서 규칙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움직이면서 일반 운전자들의 공포로 떠올랐다.
자라니의 무법천지
자라니는 도로 위 자전거 탑승자들 중 교통법규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돌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일부 자전거 동호회는 차량과 같은 속도로 차선을 점거하거나 신호를 무시한 채 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안전 장비 없이 뛰어드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갑자기 차선 사이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취하기도 한다.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이런 자라니들의 방향 변경을 예측하기 어려워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 잦다.
문제는 이들이 보행자도 아니고 자동차도 아닌 애매한 도로 사용자라는 점이다. 전용 자전거 도로가 있음에도 차도 주행을 선호하거나, 인도와 차도를 그때그때 바꿔가며 질주한다. 횡단보도가 아닌 도로 중앙을 건너거나 일렬 줄지어 터널·교량을 점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1차선 추월차로를 점거하여 자동차들의 정상적인 통행을 막아 정체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자전거 문화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실제 사고율 증가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자라니에 대한 규제 및 단속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킥라니의 등장
킥라니는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전동 킥보드 사용자 중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거나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난폭 주행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전동 킥보드는 규정상 헬멧 착용과 면허 소지가 필요하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안전 장비 없이 슬리퍼 차림, 무면허, 1인용 킥보드에 2인 심지어는 3-4인을 동승한 킥라니들이 차도 위를 자유롭게 누빈다. 신호 위반은 기본이고, 자동차 사이를 지그재그로 오가며 역주행도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무시무시한 점은 작고 날렵하다는 이유로 자동차 운전자에게 인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속도는 빠르지만 차체가 작아 사각지대에 잘 숨어버리고, 브레이크등마저 없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고 주시하더라도 킥라니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피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킥라니들이 대부분 생명에 위협을 받는 중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차를 몰던 운전자들은 아무 죄도 없지만 사람을 죽였다는 트라우마가 남을 확률이 높다. 즉, 킥라니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모두 위험한 존재로 통한다.
도로 위의 현실이다
고라니를 닮은 뜻밖의 존재들이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라니, 킥라니는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실제 교통사고 현장에서는 이들의 등장으로 인해 사고율이 증가하고, 자동차 운전자뿐 아니라 스스로도 큰 부상을 입는 상황이 빈번해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없던 이 신조어들은 지금 도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결국 해결책은 명확하다. 자라니와 킥라니로 불리는 사용자들도 엄연한 도로 이용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안전장구 착용, 신호 준수, 차도 진입 제한 등 규제가 강화되어야 하며, 단속 또한 실효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 운전자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 신종 도로 위 종족을 경계하면서, 동시에 정책 당국은 더 안전한 공존을 위한 법적 장치를 서둘러야 한다. 도로는 모두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모두의 생명을 책임지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