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전기차 보급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제조사의 전기차 라인업 확장이 맞물리면서 전국 곳곳의 아파트 주차장과 공영 주차장에서 전기차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공용 전기를 무단으로 사용해 자기 전기차를 충전하는, 이른바 ‘전기도둑’ 문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의 경우 전기 용량 한계와 설치비 부담 때문에 전용 충전기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운전자는 비상용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하기도 하지만, 이를 악용하여 눈앞의 충전 비용 절감을 위해 공용 콘센트나 비인가 전원에 무단으로 연결해 전기를 끌어 쓰는 사람들 또한 존재한다. 이는 법적으로 명백히 절도죄가 성립할 수 있는 불법 행위이며, 피해는 고스란히 같은 공동체 내 다른 사람들에게 돌아간다.
공용 전기 무단 사용, 피해는 모두의 몫
공용 전기 무단 사용은 단순히 개인의 양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주민 간 갈등으로 심화될 수 있다. 누군가 무단으로 전기를 사용하면 그만큼 전기요금이 늘어나고, 결국 모든 입주자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관리사무소 입장에서도 전기 사용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날 경우 원인을 찾는 데 행정력이 낭비된다.
특히 전기차 충전은 단순 가전제품 사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력 소모가 크다. 완속 충전기 기준으로 1시간 충전에 약 6~7kWh의 전기를 사용하며, 급속 충전기는 그 몇 배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주민들은 자신이 사용하지 않은 수천 원-수만 원치의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부 단지는 이 같은 무단 충전을 막기 위해 콘센트 전원 차단 장치, CCTV 설치, 전기 사용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설비 설치 비용 또한 결국 관리비에서 지출되기 때문에 선량한 다수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기세 절감이 아니라 명백한 절도
무단 충전 행위는 법적으로 절도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329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여기서 전기도 형법상 재물로 간주되기 때문에, 허락 없이 공용 전기를 사용하면 절도죄가 성립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주차장, 공원, 공용 화장실 등에서 무단 충전하다가 주민 신고나 경찰 단속에 적발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적발 이후에도 ‘이것 가지고 왜 벌금을 물어야 하냐’라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시선도 곱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는 “비싼 전기차를 타면서 왜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이런 짓을 하느냐”, “이 정도면 도둑질을 생활화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한 충전 문화가 출발점이다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하고 공정한 전기 충전 인프라 확보는 중요한 과제다. 무단 충전과 같은 전기도둑 행위는 공용 자원과 사회적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인 만큼, 사회적 규범과 법률적 제재 모두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의 인식 전환이다. 전기를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훔치는 행위가 명백한 범죄임을 인식해야 한다. 아울러 입주자 대표 회의나 지자체 차원에서 충전소 관리 규칙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고, 입주자와 EV 오너 간 원만한 합의를 이끌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전기차 문화는 정확한 규칙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기차는 미래 교통수단으로서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그 편의성과 환경적 이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용 문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전기도둑 문제를 방치한다면, 전기차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호감도 역시 무너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법과 제도, 인식이 함께 변화를 이끌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