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서 발생한 대리운전 사고가 사회적 파장을 낳고 있다. 술자리를 마친 50대 차주는 안전을 위해 대리기사를 불렀지만, 귀가 도중 사고로 인해 결국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사고 이후 책임 구조다.
경찰은 사고를 낸 대리기사를 형사 입건할 예정이지만, 정작 사고 처리와 보험 보상 문제에서는 차주 본인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돌아간다. 차량을 직접 운전하지 않았음에도 법적·금전적 부담이 차주 측에 집중되는 구조가 다시금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고 처리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에 명시된 ‘운행자 책임’이다. 법률은 차량을 실제로 운전하지 않았더라도, 차량의 소유주로서 운행을 지배하고 이익을 얻는 자를 1차적 책임 주체로 본다. 다시 말해, 대리기사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더라도 차량의 소유주이자 차주는 여전히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원칙에 따라 사고로 발생한 제3자의 피해나 차량 파손에 대한 배상은 우선 차주의 자동차보험이 떠안는다. 즉, 대리운전 기사가 사고를 냈더라도 보험사에 지급되는 보험금은 차주 명의의 보험에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피해자가 병원 치료를 받거나, 다른 차량의 수리비가 발생하는 경우도 모두 동일하다. 이후 보험사는 구상권 청구를 통해 대리기사 측에 일부 비용을 회수할 수 있지만, 그 절차가 복잡해 사실상 차주가 실질적인 피해를 먼저 떠안게 되는 셈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사고의 평균 수리비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약 1.5배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대리기사가 차량에 익숙하지 않거나, 야간에 운행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가 더 크게 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차주는 보험료 할증이라는 2차 피해까지 겪게 된다. 대리기사의 과실이 명확하더라도 형사적 책임과 민사적 배상 구조가 분리돼 있어, 사고 발생 즉시 차주가 보호받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운전을 맡겼는데도 왜 차주가 피해를 떠안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된다. 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는 운행자 책임 원칙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제도적 보완 없이는 구조적 불평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대리운전 이용자들은 사고 발생 시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따라서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차주가 자신의 자동차 종합보험에 ‘대리운전 위험 담보 특약’을 추가하는 것이다. 수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한 이 특약은, 대리운전 기사가 일으킨 사고로 인한 자차 손해 및 차주가 다치거나 심각한 경우 사망하더라도 모두 보장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이다.
음주운전을 피하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복잡한 보험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현행법상 운행자 책임 원칙이 강하게 작동하는 만큼, 차주가 직접 운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책되기는 어렵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선 대리운전 보험의 적용 범위를 넓혀 최소한의 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좋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자동차보험 증권을 확인하여 ‘대리운전 특약’ 항목의 추가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