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왕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였다. 고급 세단의 정점이라 평가받는 차 '회장님 차', '성공의 상징'이라는 확고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S클래스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경쟁자 BMW 7시리즈, 아우디 A8을 늘 멀찌감치 따돌렸다. 2021년, S클래스가 연간 판매 1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할 때, 7시리즈는 여전히 3천 대 안팎에 머물러 있었다. BMW 7시리즈에게 S클래스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2024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벤츠 S클래스의 판매량은 50% 이상 급감하며 주춤한 반면, BMW 7시리즈는 20%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며 벤츠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이제는 "7시리즈보단 S클래스"라는 공식이 깨지고, "요즘 상남자들은 7시리즈를 탄다"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고 있다. BMW는 어떻게 플래그십 시장의 판도를 뒤집고, 벤츠의 아성을 위협하게 되었을까?
처음부터 뜯어 고쳤다
BMW는 7시리즈의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하면서 디자인에 과감한 변화를 주어, 훨씬 더 강렬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강조한다. 전면의 엄청나게 거대해진 키드니 그릴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주간 주행등과 분리된 헤드램프는 미래지향적인 인상을 준다. 특히, 한층 커진 엠블럼과 육중한 차체는 도로 위에서 압도적인 위엄을 뽐내며 '상남자' 이미지를 완성한다.
이러한 공격적인 디자인 변화는 젊은 기업가층과 남성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벤츠 S클래스가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에 초점을 맞춘 반면, 7시리즈는 강력함과 개성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 과거 S클래스가 50대 이상의 성공한 중년층을 위주로 타게팅을 하였다면, 7시리즈는 40대 초반의 젊은 층까지 고객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은 단순히 외모를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핵심 요소가 된 것이다.
상품성 강화와 경쟁사의 틈새를 파고들다
BMW 7시리즈의 약진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상품성 향상 덕분이기도 하다. 특히, 실내 인테리어는 '움직이는 영화관'이라는 콘셉트로 승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뒷좌석에 장착된 31.3인치 시어터 스크린은 8K 초고화질을 지원하며, 뱅앤올룹슨 사의 고품질 오디오 시스템과 결합하여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과 편의 사양이 대거 탑재되어 운전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벤츠 S클래스가 '클래식한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는 동안, 7시리즈는 '첨단 기술'과 '엔터테인먼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
이러한 7시리즈의 성공은 경쟁사인 벤츠의 잇따른 사건사고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벤츠는 2020년대 연이어 터진 전기차 화재 사건, 배터리 성능 저하 문제 등으로 연이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S클래스 고객층은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잇따른 사건 사고는 벤츠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반면, BMW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이슈에서 자유로웠고, 안정성과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었다.
비상할 준비를 마친 BMW, 앞으로의 운명은?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의 판매량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이는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벤츠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고 이를 유지하는데 집중하는 동안, BMW는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소비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7시리즈는 단순히 '회장님 차'의 이미지를 넘어, '개성을 추구하는 젊은 리더들의 차'로 탈바꿈했다.
물론 벤츠가 플래그십 시장의 왕좌를 쉽게 내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벤츠는 S클래스의 상품성 개선과 함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통해 반격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BMW가 이 기세를 몰아 더욱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면 7시리즈는 S클래스를 뛰어넘어 플래그십 시장의 새로운 리더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 두 명차의 치열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더욱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차량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