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7년 만에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조합원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조는 오는 28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실제 파업 여부와 일정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6년간 현대차 노사는 대립 국면을 피해 비교적 순조롭게 교섭을 마무리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임금 인상과 성과급 규모,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 핵심 쟁점에서 사측과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전기차 판매 부진 등이 겹치면서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완성차 업계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 생산라인이 멈춰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조합원 1인당 2000만원의 통상임금 위로금, 직군별·직무별 수당 인상 혹은 신설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여기에 현재 60세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고,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하자는 안까지 제시해 기존 협상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요구로 평가된다.
사측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수입차 관세 조치로 인한 수익성 악화, 글로벌 전기차 판매 부진, 내수 시장의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생산 차질까지 발생한다면 실적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럼에도 협상 재개 가능성은 남아 있다. 업계는 노조가 강경한 요구를 전면 고수하기보다는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을 주목한다. 실제로 과거에도 파업권 확보 이후 막판 타결 사례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등 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요구가 걸려 있어 합의까지의 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출고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신차를 기다리는 고객들의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해외 수출 물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차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한 생산 중단은 단순히 물량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공급망이 흔들리면 품질 관리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부품 수급이 불안정해지거나 생산 속도를 무리하게 끌어올릴 경우 초기 품질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파업은 7년 만에 예고되는 만큼, 과거 사례가 주는 시사점이 명확하다. 2017년 현대차 노조 부분파업 당시에도 차량 3,000대 생산 차질과 약 600억 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으며, 누적 생산 차질은 1만4,500대, 3,000억 원 수준에 달했다. 이번 파업이 현실화된다면, 고객 대기 기간 증가와 일정 차질, 품질 문제 등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노사 모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여기에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만나 관세 문제와 전기차 수출 규제 등 글로벌 모빌리티 산업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 상황을 고려하면, 국제 정세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정책 변화와 관세 부과 가능성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 직접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과 노동조합이 단결해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노사 간 합리적 협상과 협력을 통해 국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