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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생사가 갈리는 위급한 순간, 119구급차는 도로 위를 질주한다. 하지만 아무리 사이렌을 울리고 경광등을 번쩍여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들과 빨간불 신호등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불과 몇 초의 지체가 환자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 등장한 혁신적인 시스템이 바로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이다.
2020년, 경기도 수원시가 국내 최초로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구급차는 더 이상 빨간불 앞에서 멈춰 서지 않아도 되었다.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긴급차량이 지나는 길의 신호등은 자동으로 파란불로 바뀌는 '모세의 기적'이 현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물론, 교통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 안전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지 : 수원시]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지능형 교통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119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응급 환자를 이송할 때 작동한다. 먼저, 119안전센터에 긴급 상황이 접수되면, 즉시 지자체 중앙관제센터로 상황이 공유된다. 관제센터는 GPS(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긴급차량의 실시간 위치를 추적하고, 가장 빠르고 안전한 최적의 경로를 제공한다. 이후 긴급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해당 교차로의 신호를 녹색으로 바꿔준다. 동시에 긴급차량이 지나간 후에는 다시 정상 신호로 되돌려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유지한다. 이 모든 과정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이뤄져, 운전자는 오직 환자 이송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의 도입은 골든타임 확보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1km를 이동하는 데 긴급차량의 평균 통행 시간이 3분 20초였지만, 이 시스템 도입 후에는 1분 27초로 단축되었다. 무려 56.3%의 놀라운 시간 단축 성과를 얻은 것이다. 이러한 시간 단축은 심정지 환자, 중증 외상 환자 등 응급 환자들의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미지 : 수원남부소방서]
수원시의 성공적인 도입 이후,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부산, 대구, 인천 등 주요 도시들이 이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준비하고 있으며, 점진적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의 적용 범위는 구급차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2022년 12월까지 경찰차량에도 추가로 적용하여 총 1,827건의 누적 운영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경찰차의 신속한 출동을 도와 범죄 현장 검거율을 높이고, 교통사고 현장 수습 시간을 단축시키는 등 공공 안전의 가치를 크게 증진시켰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시스템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여전히 긴급차량이 신호와 차량 정체에 발목 잡히고 있으며, 시스템이 설치된 지역에서도 일부 운전자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통행이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국민들의 의식 개선과 함께 전국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이미지 : 수원남부소방서]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은 단순한 교통 기술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 상황에서 이 시스템은 ‘빨간불’이라는 장애물을 없애고, 생명을 향한 ‘골든로드’를 열어준다.
이제는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이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국 어디에서든 긴급차량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운전자들은 긴급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자신의 이기심을 잠시 내려놓고 길을 비켜주는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 작은 배려가 모여 기적을 만들고,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귀한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