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의 중심축이 대륙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그 누구도 대세가 중국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단순한 판매량 수치를 넘어, 산업 전체의 무게추가 중국으로 쏠리고 있으며, 이는 과거 자동차 산업의 흐름을 되돌아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중국은 예측을 불가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2024년에만 중국 내에서 약 1,100만 대의 전기 자동차가 판매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압도적인 내수 시장 규모를 드러내는 수치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거대한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가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스스로를 지탱하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독보적인 성장은 단순한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인 변화와 글로벌 시장 판도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패러다임을 재편
중국 전기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으키는 가장 직접적인 파장은 바로 '가격 파괴' 전략이다. 한때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으로 내수 시장의 기반을 다진 중국은, 이젠 보조금 없이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저렴한 인건비와 자국 내에서 확보되는 풍부한 배터리 원자재는 생산 원가를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중국산 전기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 '저가'라는 인식을 넘어, '가성비'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만이 중국 전기 자동차의 전부는 아니다. 중국 전기 자동차 제조사들은 핵심 부품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기술적 독립과 효율성 극대화를 이뤄냈다. 특히 BYD는 배터리, 모터, 그리고 전자제어 시스템 등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하며, 심지어 자동차의 75%에 달하는 부품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이는 테슬라 모델 3의 자체 생산 비중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생산 방식은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부품 조달의 안정성을 높여, '블레이드 배터리'와 같은 혁신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붙이는 원동력이 되었다.
중국 전기 자동차의 부상은 이제 단순히 경쟁사를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주역으로 등장했다. 2024년 상반기 글로벌 전기 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과 BYD가 합산 5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1, 2위를 기록하였다. 과거 자동차 강국들의 독무대였던 시장에 중국산 돌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BYD가 테슬라의 판매량을 뛰어넘어 세계 1위 전기 자동차 제조사로 올라선 것은 이러한 변화의 단적인 예시이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어떻게…
중국 전기 자동차의 거센 파도는 국내 시장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빠른 출시'를 무기로 중국산 전기 자동차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계가 누려왔던 시장 지배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국내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라는 우려 또한 심화되는 상황이다.
긴장감 속에 국내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현대차, 기아와 국내 배터리 3사가 사상 처음으로 '동맹'을 맺은 것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한 전략적 대응의 일환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경쟁을 넘어, 공급망 안정화와 시장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협력으로 분석된다. 중국 전기 자동차의 공세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기술 혁신, 차별화 전략,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새로운 입지 구축을 통해 대륙의 바람에 맞설 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