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 이어 GM까지...노란봉투법 후폭풍 거세지나

by 뉴오토포스트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취소된 GM 프로젝트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된 신호탄
산업계 전반에 부는 '파업 만능주의'

PYH2020021710590006500_P4.jpg

이미지 : 연합뉴스

대한민국 산업계가 ‘노란봉투법’이라는 거대한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하청·협력업체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하고 파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면서, 재계가 그토록 우려했던 ‘후폭풍’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 첫 신호탄은 한국GM에서 터져 나왔다. 법안 통과 직후, 미국 GM 본사는 한국GM 기술연구소가 개발을 주도하던 핵심 신차 프로젝트를 전격 취소하며 국내 투자 환경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정년 64세 연장’이라는 초유의 요구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했으며, 금융노조 역시 ‘주 4.5일제’를 외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파업 만능주의’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서,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칼 빼 든 GM, 철수 시나리오 가시화

2025051801000470000018851.jpg

이미지 : 한국GM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GM의 움직임이다. 지난 4일, 미국 GM 본사는 한국GM 기술연구소에서 진행하던 소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전격 중단하고 본사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전략 차원의 효율성 제고지만, 업계에서는 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한 GM 본사의 첫 번째 ‘보복성 조치’이자 ‘경고장’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법안 통과 전부터 GM 측이 꾸준히 위험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은 지난 8월 말, 정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시) 본사로부터 한국 사업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 원청인 한국GM이 수많은 협력업체 노조의 직접적인 교섭 대상이 되고, 끊임없는 파업 리스크에 노출될 경우 더 이상 한국에서의 사업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된 첫 사례가 나오자, 산업계에서는 한국GM의 단계적 철수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 백지화를 시작으로, 수년 내 부평2공장의 생산 물량을 줄이거나 다른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고, 정부 및 산업은행과 맺은 ‘10년 이상 사업 유지’ 약속이 끝나는 2028년 이후에는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는 한 재계 관계자의 말처럼, 글로벌 사업 재편을 고민하던 GM에게 노란봉투법이 한국 시장을 떠날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파업 리스크’ 전 산업계로 확산

497577_386295_2534.jpg

이미지 : 한국GM

한국GM 사태는 특정 기업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노란봉투법 통과는 대한민국 산업계 전반에 ‘대화와 타협’ 대신 ‘파업과 투쟁’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왔던 기업들마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7년간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던 현대자동차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연동한 ‘정년 최대 64세 연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고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이는 현행 법체계를 뛰어넘는 요구일 뿐만 아니라, 청년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노란봉투법이라는 ‘방패’를 얻은 강성 노조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역시 ‘주 4.5일 근무제 도입’을 요구하며 이달 26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도 근로 시간 단축을 위해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이들의 모습은 ‘기득권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무리한 요구와 파업이 일상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외국인 투자 유출까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노사 상생의 가치, 파국 막을 마지막 기회

Depositphotos_235129386_L.jpg

이미지 : Depositphotos

노란봉투법의 입법 취지는 하청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노사 관계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데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산업 현장을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몰아넣는 역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GM의 투자 철회는 외국계 기업들이 대한민국을 ‘노사 리스크가 큰 나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이며, 현대차와 금융노조의 파업 예고는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다.

지금이라도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와 국회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법안의 독소 조항을 재검토하고, 노동계 역시 끝없는 투쟁이 결국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상생’의 가치를 복원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끝없는 파업의 늪에 빠져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입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이 바로 그 마지막 기회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드디어 ‘하늘 나는 자동차’가 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