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 기회 스스로 걷어찼다"

by 뉴오토포스트

'수소차 1등' 외치던 정부
내년 수소차 보조금 반토막
중국에 미래 성장 동력 뺏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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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EAC International Consulting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수소 경제’를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며, 대한민국이 세계 수소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지금, 이러한 청사진은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내년도(2026년) 수소차 구매 보조금 예산을 1,450억 원가량 대폭 삭감하는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국내 수소 산업 생태계 전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은 이미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었지만, 수소차만큼은 한국이 세계 1등의 잠재력을 가진 분야”라며,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스스로 미래 먹거리를 걷어차고 ‘수소 굴기’에 나선 중국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 토막 난 보조금, 신형 넥쏘·지자체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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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현대차

이번 예산안의 가장 큰 문제는 수소 승용차 구매 보조금의 대폭 삭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도 수소 승용차 구매 보조금 지원 대수는 올해(2025년) 1만 1,000대에서 6,000대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는 7년 만에 완전 변경 모델로 출시되어 모처럼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신형 넥쏘’의 판매 계획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신형 넥쏘의 판매 가격은 7천만 원대 후반으로,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아야 3~4천만 원대에 구매가 가능하다. 보조금 지원 대수가 급감하면 사실상 ‘구매하고 싶어도 못 사는 차’가 되어버려, 연간 1만 대 판매 회복을 노리던 현대차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의 ‘엇박자 정책’은 수소 산업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온 지방자치단체들에도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수소 연료전지 특화단지를 조성 중인 경북 포항과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한 울진 등은 정부의 수소차 보급 확대 정책만 믿고 수소 생산·유통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갑자기 보조금을 줄여버리면, 수소차 보급이 위축되고 결국 충전소 운영난, 부품 기업 매출 감소 등 지역 수소 생태계 전체가 도미노처럼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명백한 정책 일관성 훼손이자, “전략적 자해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춤하는 한국, ‘나 홀로 질주’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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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현대차

한국이 스스로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수소 굴기’는 무서운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수소차 시장에서 중국은 55.3%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굳혔다. 한때 1위였던 한국의 점유율은 29.8%(2024년 기준)까지 하락하며 2위로 밀려났다.

이러한 격차는 정부의 정책 의지 차이에서 비롯된다. 중국 정부는 수소차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승용차보다는 버스·트럭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막대한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을 쏟아부으며 자국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수요 부진’과 ‘충전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산업의 지원을 줄이는 모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기 시장 단계에 있는 신산업은 정부의 일관된 정책 신호와 초기 수요 창출이 성장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스스로 수소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시장에 심어주는 지금의 정책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그동안 쌓아 올린 연구개발 성과마저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다.

예산 논리에 갇혀 미래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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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현대차

수소 에너지는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수소차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의 영역’이다. 당장의 수요가 부진하다는 이유로, 혹은 예산 논리에 갇혀 미래 성장 동력의 싹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한 근시안적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수소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육성하기 위한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세계 1등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경쟁국에 날개를 달아주는 지금의 정책 방향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기회를 놓친 나라’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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