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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전기차나 고급 세단의 매끈한 옆모습을 보다 보면 문득 당황스러운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문을 열기 위해 당연히 있어야 할 ‘손잡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마법처럼, 운전자가 다가가거나 스마트키 버튼을 눌러야만 차체 속에서 스르륵 튀어나오는 이 ‘숨겨진 도어 핸들’은 이제 자동차 디자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테슬라가 대중화시킨 이 방식은 현대 아이오닉 시리즈, 제네시스, 랜드로버 등 다양한 브랜드로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단순히 보기 좋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익숙한 방식을 버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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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시 도어 핸들이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단연 ‘디자인’이다. 손잡이가 차체 표면 안으로 완전히 숨겨지면서, 측면 라인이 끊김 없이 매끈하게 이어져 시각적으로 훨씬 더 미려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선호하는 최근의 트렌드와 완벽하게 부합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공기저항 감소’ 효과다. 자동차 디자인에서 작은 돌출물 하나하나가 공기 흐름에 영향을 미쳐 주행 효율을 떨어뜨린다. 특히 고속 주행 시에는 그 영향이 더욱 커진다. 플러시 도어 핸들은 차체 표면을 최대한 매끄럽게 만들어 공기저항 계수를 미세하게나마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는 연비 향상과 주행 안정성 개선으로 이어지며, 특히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민감한 전기차에게는 더욱 중요한 이점이 된다.
자동차 도어 핸들의 역사를 보면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손잡이 안쪽 공간에 손을 넣어 당기는 ‘인사이드 그립’ 방식이 많았지만, 손톱이 길거나 장갑을 낀 상태에서는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적은 힘으로도 쉽게 문을 열 수 있는 ‘아웃사이드 그립(바 타입)’ 방식이 대중화되었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디자인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플러시 타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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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첨단 기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안전성’ 문제다. 만약 차량 사고로 전원이 차단되거나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을 때, 숨겨진 손잡이가 튀어나오지 않아 외부에서 구조자가 문을 열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기우에 가깝다. 제조사들은 이러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우선, 대부분의 플러시 도어 핸들은 차량의 충돌 센서와 연동되어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충격이 감지되면, 전원 공급 여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핸들이 돌출되도록 설계되어 외부에서의 구조 활동을 돕는다. 또한, 차량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수동 비상 해제 기능도 숨겨져 있다. 스마트키 내부에 보관된 기계식 비상키를 이용하거나, 특정 부위를 누르는 등의 방식으로 핸들을 강제로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제네시스 G90, BMW i7 등 일부 플래그십 럭셔리카에는 손잡이를 당길 필요 없이 버튼만 누르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전자식 이지 클로징’ 시스템까지 적용되는 추세다. 이는 미래 자동차 도어가 더욱 스마트하고 편리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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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시 도어 핸들은 단순히 멋을 위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공기역학과 전동화 기술이 결합된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사고 시 문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제조사들이 마련해 둔 다양한 안전장치를 믿어도 좋다.
다만, 기술이 발전할수록 운전자가 알아야 할 것도 늘어나는 법이다. 내 차의 플러시 도어 핸들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비상 상황 시에는 어떻게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지 차량 사용설명서를 통해 미리 숙지해두는 것이야말로, 첨단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운전자의 자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