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유튜브 ‘EVPedia’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자동차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혁명이지만, 페라리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에게는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숙제를 안겨주었다. 단순히 빠른 차를 넘어, 심장을 울리는 엔진 사운드와 기계적인 교감을 통해 운전자에게 특별한 감성을 선사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였기 때문이다. 전기 모터의 침묵 속에서 과연 페라리는 어떻게 브랜드의 ‘영혼’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 해답의 실마리가 마침내 드러났다. 페라리가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 ‘일렉트리카(Electrica - 가칭)’ 개발 과정에서, 기존 전기차들과는 차원이 다른 혁신적인 사운드 시스템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스피커로 ‘가짜 엔진음’을 만드는 대신, 마치 ‘일렉트릭 기타’와 같은 원리를 적용하여 전기차의 ‘진짜 소리’를 증폭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사운드 디자인을 넘어, 전동화 시대에도 운전자와의 감성적인 교감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페라리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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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부분의 고성능 전기차들은 정숙성을 깨고 운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가상 사운드’를 실내외로 송출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실제 엔진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진동과 공기의 울림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어렵다. 운전자들은 종종 이 가상 사운드에서 이질감과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페라리는 바로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왜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야 하는가? 전기차 자체의 소리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그 해답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곳, 바로 ‘일렉트릭 기타’에서 찾았다.
페라리가 개발 중인 사운드 시스템의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전기 모터, 기어박스, 인버터 등 구동계의 핵심 부품과 차체 곳곳에 정밀한 센서를 부착한다. 이 센서들은 마치 기타의 ‘픽업’처럼, 구동계가 작동하며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과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이렇게 수집된 ‘날것’의 소리 데이터는 중앙 처리 장치로 보내져 운전자가 듣기 좋은 형태로 다듬어진 뒤, ‘앰프’를 통해 증폭되어 차량 내외부의 스피커나 특수 설계된 음향 공명 장치로 전달된다. 즉, 페라리의 방식은 스피커로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가 실제로 내는 ‘있는 소리’를 듣기 좋게 증폭하고 조율하여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운전자에게 가상 사운드의 이질감 없이, 차량의 실제 상태와 움직임에 대한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청각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진 출처 = Ferrari
이 ‘진짜 소리’는 단순히 감성적인 만족감을 넘어, 기능적인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페라리는 이 사운드 시스템이 운전자의 가속 페달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평소 저속 주행이나 정속 주행 시에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을 유지하다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증폭된 사운드가 실내를 가득 채우며 속도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내연기관 엔진음이 운전자에게 차량의 상태와 한계점을 알려주는 것과 동일한 기능적 역할을 수행하여, 운전자와 기계 간의 교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일렉트리카’는 사운드 시스템뿐만 아니라, 성능 역시 ‘페라리’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압도적인 수준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페라리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SF90 스트라달레를 벤치마크 삼아, 이를 뛰어넘는 성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구체적인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고출력이 최소 986마력 이상에 달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2.5초 미만이 소요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뒷받침하는 만큼 가격 또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2026년 상반기 글로벌 출시가 예상되며, 시작 가격은 최소 50만 유로(한화 약 7억 5천만 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 Ferrari
페라리가 ‘일렉트릭 기타’의 원리를 차용해 개발 중인 혁신적인 사운드 시스템은 전동화 시대에도 ‘운전의 즐거움’과 ‘감성적인 교감’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선언이다. 침묵 대신 전기차의 ‘진짜 심장 소리’를 선택한 페라리의 고집은, 어쩌면 미래 고성능 전기차 사운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페라리는 눈으로 보이는 성능뿐만 아니라, 귀로 들리는 감성까지 완벽하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전 세계가 숨죽여 페라리 전기차가 내지를 ‘첫 울음소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