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부터 승차감까지…자동차 '무게'의 모든 것

by 뉴오토포스트

연비·가속·승차감, 무게가 결정한다
가벼운 스프링 하부 질량 중요
가벼움을 향한 끝없는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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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항공사들은 승객과 수하물의 평균 무게를 꼼꼼하게 측정한다. 이는 단순히 요금을 더 받기 위함이 아니라, 항공기의 최대 이륙 중량과 무게 중심을 정확히 계산하여 안전 운항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다. 국내 기준(하절기)으로 성인 남성은 78kg, 여성은 68kg으로 계산되는 이 ‘승객 표준 중량’은 하늘을 나는 거대한 쇳덩어리를 안전하게 제어하는 보이지 않는 핵심 요소다.

놀랍게도, 땅 위를 달리는 자동차 역시 이 무게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 효율을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무게’다. 연비, 가속력, 제동력, 핸들링, 승차감, 심지어 내구성까지. 자동차의 거의 모든 영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히 보이지 않는 손이라 할 만하다.

가벼울수록 좋다?…무게가 미치는 절대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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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포스코

자동차 공학에서 경량화는 숙명과도 같은 과제다. 무게를 줄이는 것이 성능 향상과 효율 증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자.

먼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연비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차량 중량은 전체 연료 소비량의 약 23%를 차지할 정도로 연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거운 물체를 움직이는 데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연구에 따르면, 차량 무게가 100kg 줄어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km당 3.5g에서 최대 8.5g까지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전기차 시대에도 이는 마찬가지다. 가벼울수록 동일한 배터리 용량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영향을 많이 주는 주행 성능이다. 뉴턴의 운동 법칙(F=ma)이 증명하듯, 가벼운 물체는 더 빠르게 가속하고 더 쉽게 멈출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량 무게가 10% 줄어들면 가속 성능은 약 8% 향상되고, 제동 거리는 약 5%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히 제로백 기록 단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추월 가속 시의 민첩성이나 돌발 상황에서의 회피 능력 등 실질적인 주행 성능 전반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무게 자체뿐만 아니라, 그 무게가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안정성, 무게 중심 또한 영향을 받는다. 무게 중심이 낮을수록 차체는 안정적이다. 가속이나 제동 시 차량 앞뒤가 들썩이는 현상(피칭)이 줄어들고, 코너링 시 차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현상을 억제하여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여준다. 스포츠카들이 하나같이 지면에 낮게 깔린 듯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유다. 이상적인 전후 무게 배분은 50:50으로 알려져 있다. 앞뒤 무게 균형이 잘 맞을수록 코너 진입 시나 탈출 시 차량의 움직임이 예측 가능하고 정교해져 핸들링 성능이 향상된다. BMW가 50:50 무게 배분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승차감과 내구성까지 좌우하는 ‘스프링 하부 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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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엔카

무게는 승차감과 내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요한 개념이 바로 ‘스프링 하부 질량’이다. 이는 서스펜션 스프링 아래에 위치하여 노면의 충격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부품들의 무게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타이어, 휠, 브레이크 디스크와 캘리퍼, 그리고 서스펜션 암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스프링 하부 질량이 가벼울수록 자동차의 승차감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가벼운 바퀴는 노면의 요철에 훨씬 더 빠르고 민첩하게 반응하여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차체로 전달되는 진동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프링 하부 질량이 무거우면, 바퀴가 노면 충격 후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길어져 쿵쾅거리는 불쾌한 승차감을 유발한다. 고성능 차량들이 값비싼 단조휠이나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스프링 하부 질량을 줄이기 위함이다. 또한, 스프링 하부 질량이 가벼우면 서스펜션 시스템 전체의 부담이 줄어들어 관련 부품들의 내구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게의 법칙'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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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엔카

연비부터 주행 성능, 안정성, 승차감, 내구성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무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차량의 모든 면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더 가볍게’ 만들려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노력은 알루미늄 합금,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등 첨단 경량 소재의 개발로 이어지며 자동차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물론, 최근 전기차의 등장은 '무게와의 전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배터리 팩으로 인해 차량 중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를 상쇄하기 위한 경량화 기술과 늘어난 무게를 제어하기 위한 섀시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동차의 무게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제원표 상의 숫자를 아는 것을 넘어, 내 차의 움직임과 특성을 더 깊이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이는 곧 더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즐거운 드라이빙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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