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사업가
. 빌 게이츠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지만, 그가 한 대의 자동차를 손에 넣기 위해 13년간 싸우고 결국 미국 연방법까지 바꿔버린
‘자동차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최고의 부호조차 가질 수 없었던 차, 그리고 그 차를 향한 그의 상상 초월의 집념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가 되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Microsoft'
이는 단순한 부자의 ‘돈 자랑’이 아니다. 한 남자의 순수한 열정이 어떻게 거대한 시스템을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를 13년간 애태우고, 천문학적인 벌금까지 물게 만든 ‘전설의 애마’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사진 출처 = 유튜브 'Chris Harris on Cars'
빌 게이츠의 마음을 사로잡은 ‘의외의 애마’는 바로 1980년대 슈퍼카 기술의 정점으로 꼽히는 1988년식 ‘포르쉐 959’였다. 959는 단순한 스포츠카가 아니었다. 랠리 경주를 위해 개발된 기술을 집약해,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트윈터보 엔진, 전자식 사륜구동, 첨단 서스펜션 등을 갖춘 ‘시대를 초월한 괴물’이었다.
문제는 이 차량이 당시 미국의 엄격한 안전 및 배출가스 규제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포르쉐는 단 345대만 한정 생산된 959 중 4대를 충돌 테스트용으로 희생시키길 거부했고, 이로 인해 959는 미국에서 공식적인 주행 허가를 받지 못한 ‘불법 차량’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1988년, 빌 게이츠는 이 전설적인 차를 주문했고, 차는 시애틀 항구에 도착했다. 하지만 세관을 통과할 수 없었던 그의 포르쉐 959는 그대로 시애틀 항구의 한 보세 창고에 압류되고 만다.
사진 출처 = 유튜브 'Chris Harris on Cars'
세계 최고의 부호에게도 법은 평등했다. 그는 자신의 차를 눈앞에 두고도 만져볼 수조차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차를 포기하거나 다른 나라로 되팔았을 것이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달랐다. 그는 이 차를 포기하는 대신, 13년이라는 상상도 못 할 시간 동안 매일 창고 보관료와 벌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끈질기게 법적 대응을 준비했다. 포르쉐 959의 역사적, 기술적 가치를 미국 정부에 알리고, 자신과 같이 희귀 차량을 소유한 다른 컬렉터들(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 등)과 힘을 합쳐 의회를 상대로 대대적인 로비를 시작했다. ‘기술의 정수를 보존해야 한다’는 그의 집념 어린 설득은 결국 미국 정부를 움직였다.
그의 13년에 걸친 노력은 1999년,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시 및 시연법(Show or Display)’이라는 새로운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이 법은 비록 연방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더라도, 역사적 또는 기술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자동차에 한해 연간 2,500마일 미만 주행을 조건으로 수입 및 등록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법은 사실상 빌 게이츠의 포르쉐 959를 ‘해방’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나 다름없었고, 이후 ‘빌 게이츠 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는 법안 통과 2년 후인 2001년, 항구에 묶여있던 자신의 포르쉐 959를 13년 만에 드디어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출처 = 유튜브 'Analog Speed'
빌 게이츠와 포르쉐 959의 13년간에 걸친 기나긴 이야기는, 돈만으로는 결코 가질 수 없는 ‘열정’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웅변한다. 그는 세계 최고의 부와 상상을 초월하는 영향력을 가졌음에도, 법 위에 군림하거나 편법으로 차를 밀수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술적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바꾸기 위해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인내하며 정공법을 택했다.
이는 그가 단순한 ‘부자 수집가’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의 기술적, 역사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거대한 시스템을 설득하고 기다릴 줄 아는 ‘진짜 마니아’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사건이다. 그가 이끌어낸 ‘전시 및 시연법’은 이후 ‘빌 게이츠 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고, 미국의 수많은 자동차 문화 애호가들에게 자신과 같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동차들을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값진 유산이 되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포르쉐 959는 13년간의 지루한 창고 보관료와 천문학적인 벌금, 그리고 지난한 법적 투쟁의 시간을 모두 이겨낸 승리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는 한 남자의 꺾이지 않았던 순수한 ‘덕심’과 ‘전설의 애마’가 함께 만들어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