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박보검 주연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장면이 있었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장면에서, 당대의 명차 '쏘나타'의 엠블럼이 'SONATA'가 아닌 'ONATA'로 붙어있었던 것이다. 이는 단순한 소품 실수가 아닌, 90년대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이자, 실제 사회 현상을 완벽하게 고증하였다.
사진 출처 = 현대차
수험생들이 서울대 합격을 기원하며 쏘나타의 'S' 엠블럼을 떼어가던 기이한 해프닝. 이는 40년 역사의 쏘나타가 한때 '국민 고급 세단'으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사진 출처 = 유튜브 ‘넷플릭스’
90년대에 쏘나타를 소유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와 성공의 상징이었다. 특히 1993년 출시된 '쏘나타Ⅱ'와 1996년의 '쏘나타Ⅲ'는 중산층의 ‘드림카’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또한 당시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쏘나타의 'S' 엠블럼을 떼어 지니고 있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는 황당한 속설이 유행처럼 번졌다. 쏘나타 오너들은 밤새 안녕했던 내 차의 엠블럼이 아침에 일어나 보면 'ONATA'로 변해있는 일을 수시로 겪어야 했다. 이 기이한 수난은 쏘나타Ⅲ에 이르러 정점을 찍는다. '쏘나타Ⅲ'의 로마 숫자 'Ⅲ' 엠블럼이 '수능 300점'을 기원하는 부적으로 둔갑한 것이다. 'S'자에 이어 'Ⅲ' 엠블럼까지 떼어가면서, 쏘나타 오너들의 수난은 극에 달했다.
이 현상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다 못한 현대차가 직접 나서 엠블럼 무상 교체 서비스를 시행할 정도였다. 당시 현대차가 무료로 교체해 준 엠블럼 수량만 무려 3만 6천 대에 달했다는 기록은, 이 해프닝이 일부의 일탈이 아닌 전국적인 사회 현상이었으며, 동시에 쏘나타가 당시 '국민 고급 세단'으로서 얼마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졌는지를 증명하는 웃지 못할 역사로 남아있다.
사진 출처 = 현대차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쏘나타지만,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형님’ 그랜저가 국민차의 반열에 오르고, 시장의 대세가 SUV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쏘나타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판매량은 곤두박질쳤고, 심지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차세대 모델(DN9) 개발이 중단되고 이대로 단종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문까지 나돌았다. ‘국민차’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그런데 2025년, 쏘나타의 누적 판매량이 8,675대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2,031대) 대비 무려 327.6%나 급증하였다. 단종설에 휩싸였던 모델의 판매량이 1년 만에 4배 이상 폭증한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쏘나타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일까?
첫째, ‘세단의 재발견’이다. 싼타페, 쏘렌토, 카니발 등 인기 SUV의 신차 가격이 옵션을 조금만 추가해도 5천만 원을 넘어 6천만 원에 육박하자, 이에 부담을 느낀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경제적인 세단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3천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쏘나타가 ‘가성비’ 좋은 대안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쏘나타가 좋아서라기보다, SUV가 너무 비싸져서 생긴 ‘반사 이익’인 셈이다.
둘째, 판매량을 견인한 ‘숨은 주역’의 정체다. 쏘나타 판매량의 상당 부분은 사실 일반 소비자가 아닌, ‘택시’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2023년부터 아산공장 대신 중국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한 쏘나타 택시 모델(LF 기반)을 국내로 ‘역수입’해 택시 사업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 ‘중국산 쏘나타 택시’는 압도적인 ‘가성비’를 무기로 택시 업계의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고, 2024년 쏘나타 전체 판매량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모델로 떠올랐다.
사진 출처 = 현대차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소환한 90년대 ‘오나타(ONATA)’는 쏘나타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당시 쏘나타는 그랜저 부럽지 않은, 모두가 선망하는 ‘국민 고급 세단’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쏘나타는 비록 ‘국민차’의 왕좌에서는 살짝 내려왔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40년이라는 긴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이제는 ‘성공의 상징’이 아닌 ‘가장 합리적인 세단’이자, ‘가장 경제적인 운송 수단’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다. 최근의 판매량 반등이 비록 ‘가성비’를 찾는 소비자와 택시 업계의 수요에 기댄 결과라 할지라도, 이는 쏘나타라는 브랜드가 여전히 시장에서 강력한 수요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