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운전했는데...판결 결과는

by 뉴오토포스트

음주운전 해도 면허 취소 안 된다?
대법원의 ‘이유있는’ 판결
사고 내면 ‘형사 처벌’은 그대로


"술 마시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운전 좀 했는데, 음주운전이 아니라고?" 믿기 힘든, 아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판결이 나와 대한민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았더라도, 그 장소가 ‘도로’가 아니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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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는 ‘술 한잔이라도 마셨으면 절대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 사회적 대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여, 수많은 운전자의 공분과 동시에 일부 음주운전자들의 ‘황당한 환호’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면허 취소’가 취소된 충격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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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뉴스1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운전자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통로에서 약 10m를 운전하다 적발됐다. 경찰은 당연히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A씨의 운전면허를 취소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모두가 A씨의 패소를 예상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A씨에게 패소 판결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최근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

으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

했다. 법원이 이런 황당한 판결을 내린 이유는 단 하나, A씨가 운전한 ‘아파트 주차장’을 도로교통법상의 ‘도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의 판결 요지는 이렇다. 첫째, 해당 아파트 단지는 외부와 분리된 차단시설(차단기)로 입주민과 방문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둘째, 경비원이 상주하며 외부 차량의 출입을 관리하고 있었다. 셋째, 따라서 이 공간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라는 ‘도로’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주차장이 입주민 등 ‘특정인’만 사용하는 ‘사유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처분은 반드시 ‘도로에서의 운전’에만 적용되도록 한정되어 있다. 결국 A씨가 음주운전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장소가 ‘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행정처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아파트 단지 내 음주운전이 면허 취소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한 대법원의 공식 판례가 되었다.

절대 착각해서는 안 될 ‘형사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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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 판결이 나온 직후,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대리운전 안 불러도 되겠다"는 위험천만한 ‘가짜 상식’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의 절반만 아는,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착각이다. 이번 판결은 ‘형사 처벌’과는 전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취소시킨 것은 ‘운전면허 취소’라는 ‘행정처분’뿐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형사 처벌’은 이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음주운전 자체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행위다. 이번 판결은 법의 맹점을 파고든 사례일 뿐, 아파트 주차장에서의 음주운전이 ‘괜찮다’고 허락해 준 것이 아니다. 차단기가 없는 개방형 아파트 단지나 상가 주차장은 언제든 ‘도로’로 해석될 여지가 남아있으며, 무엇보다 술에 취해 운전대를 잡는 행위 자체가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잠재적 살인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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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얼핏 보면 상식에 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도로’의 정의를 엄격하게 해석한 법리적 판단의 결과다. 동시에, 이는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과 같이 ‘도로’와 ‘사유지’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에서 발생하는 음주운전에 대한 입법적 공백이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운전자가 이 판결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주차장에선 음주해도 된다’는 위험한 ‘꼼수’가 아니다. ‘면허 취소’라는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사고가 나는 순간 ‘형사 처벌’이라는 더 무거운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냉혹한 진실이다.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주차장 한 바퀴인데 뭐 어때’라는 안일한 생각이 당신의 면허가 아닌, 당신의 인생을 ‘취소’시킬 수 있다. 아파트 주차장이든, 텅 빈 골목길이든, 술을 마셨다면 단 1m도 운전대를 잡지 않는 것. 그것이 수백만 원짜리 수리비와 수천만 원짜리 합의금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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