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만큼 가성비 좋은 차가 없다." 이는 자동차 시장의 ‘불변의 진리’였다. 훌륭한 편의 사양과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시장에서 가성비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제, 그 왕좌는 완전히 다른 주인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반떼 한 대 값이 3천만 원에 육박하는 시대, 바로 중국에서 상식을 파괴하는 ‘괴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Changan Auto
중국 창안자동차의 신형 중형 세단 ‘니보 A06’. 이 차의 스펙과 가격이 공개되자,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반떼 한 대 값으로, 현대 그랜저보다도 큰 차체에, G90에나 들어갈 법한 럭셔리 옵션을 쑤셔 넣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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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보 A06’은 두 가지 파워트레인으로 출시됐는데, 먼저 주행거리 연장형 모델의 현지 시작 가격은 11만 9,900위안, 한화로 약 2,460만 원에 불과하다. 이는 2025년 현재, 아반떼 기본 트림(2,000만 원 초반)에 옵션 몇 개만 추가해도 쉽게 도달하는, 그야말로 ‘아반떼 가격’이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차체의 크기다. 2,460만 원짜리 이 차의 휠베이스(축간거리)는 무려 2,922mm에 달한다. 이는 플래그십 세단인 현대 그랜저의 휠베이스보다도 27mm나 더 길다. 즉, 2,400만 원대 가격표를 달고, 실제 실내 거주성을 좌우하는 핵심 수치에서 ‘대형차’급을 구현해냈다는 것이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옵션이다. 2,400만 원대 시작 가격의 차라고 해서 ‘깡통차’일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니보 A06은 실내에 냉장고를 탑재했으며, 15.6인치에 달하는 대형 센터 스크린을 갖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상위 트림으로 올라가도 가격은 여전히 합리적인데, 뒷좌석에는 마사지 시트까지 적용된다. 이는 제네시스 G90이나 S클래스 같은 1억 원대 플래그십 세단에서나 볼 수 있던 ‘회장님 옵션’이다. 심지어 고속도로 자율주행을 위한 라이다(LiDAR) 센서까지 탑재됐다. ‘아반떼 가격’에 ‘그랜저 크기’와 ‘G90 옵션’을 모두 때려 박은, 그야말로 ‘괴랄한 스펙’이다. 주행거리 연장형 모델답게, 총 주행거리는 2,120km에 달해 충전 스트레스마저 없앴다.
사진 출처 = Changan Auto
여기서 끝이 아니다. EREV 모델이 비싼 배터리와 엔진을 동시에 탑재하고도 2,460만 원이라는 가격을 구현했다면, 순수 전기차(BEV) 모델은 더 충격적인 가격표를 들고나왔다. 먼저, 니보 A06 순수 전기차 모델의 시작 가격은 EREV보다 저렴한 10만 9,900위안, 한화 약 2,260만 원부터다. 현대차가 코나 일렉트릭을 4천만 원대에 팔고, ‘가성비’라는 캐스퍼 일렉트릭조차 보조금을 받아야 2천만 원대 중후반인 현실과 비교하면, 이는 그야말로 ‘가격 학살’ 수준이다.
가격만 싼 것이 아니다. 이 2,260만 원짜리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이 E-GMP 플랫폼의 핵심 기술로 자랑하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는 초고속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 기술로, 원가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런 기술을 2천만 원대 초반 차량에 탑재했다는 것 자체가 중국의 제조 효율성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CLTC 기준 630km로, 장거리 주행에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이 모든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중국 자동차 산업은 이제 단순히 ‘인건비가 싼’ 수준을 넘어, 제조 효율성과 플랫폼 기술력 자체가 ‘초격차 가성비’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EREV와 800V BEV라는 두 가지 첨단 파워트레인을, 현대차의 기본 내연기관 세단보다도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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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가성비’라는 무기 하나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던 시대는 이제 공식적으로 끝났다. 중국 창안자동차가 선보인 ‘니보 A06’은 그 종언을 알리는 명백한 증거다.
물론, 이 차가 당장 국내에 출시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저런 차가 존재한다는 현실이다. BYD가 아토 3, 돌핀 등을 앞세워 유럽과 동남아, 일본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듯, 창안차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니보 A06과 같은 가성비 폭탄을 들고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현대차가 코앞에 닥친 이 ‘재앙’ 수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성비’가 아닌 ‘프리미엄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