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프리미엄’. 지난 10년간 제네시스가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를 맹렬하게 추격하며 사용한 강력한 무기다. 하지만, 이제 제네시스는 그 꼬리표를 스스로 떼어버리기로 작정한 듯하다. 추격자를 넘어 ‘선도자’가 되겠다는, 그야말로 ‘대담한 도발’의 증거가 포착돼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사진 출처 = 제네시스
그 주인공은 바로 제네시스 브랜드의 플래그십 전기 SUV로 등극할 ‘GV90’ 테스트 차량이다. 최근 해외에서 포착된 GV90의 위장막 차량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로 전 세계 ‘하이엔드 럭셔리’의 상징이자 롤스로이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코치 도어’를 적용한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G90’으로 쌓아 올린 플래그십의 격을 스스로 뛰어넘어, 롤스로이스 컬리넌과 벤틀리 벤테이가가 군림하고 있는 ‘억’ 소리 나는 ‘울트라 럭셔리’ 시장에 정면으로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진 출처 = 유튜브 ‘뉴욕맘모스’
이번에 포착된 GV90 테스트 차량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단연 ‘문’이다. 일반적인 차량처럼 앞문과 뒷문이 같은 방향으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앞문은 앞으로, 뒷문은 뒤로 활짝 열리는 ‘양문형 개방(코치 도어)’ 방식이 적용됐다. 이는 롤스로이스 팬텀이나 컬리넌에서나 볼 수 있던, 최고급 쇼퍼 드리븐 차량의 상징과도 같은 방식이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네시스는 더욱 대담한 도전을 감행했다. 바로 차량 중앙의 기둥(B필러)을 완전히 없앤 ‘필러리스’ 구조를 함께 적용한 것이다. 코치 도어와 필러리스 구조가 결합되면, 양쪽 문을 모두 열었을 때 그 어떤 차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압도적인 개방감과 럭셔리한 실내 공간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다. 이는 VIP가 타고 내릴 때, 그 어떤 방해물도 없이 가장 우아한 동선을 제공하겠다는 제네시스의 강력한 의지다.
마지막으로, 이 ‘꿈의 구조’를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적 증거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B필러’는 단순한 기둥이 아니라, 측면 충돌 시 탑승객을 보호하고 차체 강성을 유지하는 핵심 골격이다. 이 골격을 없애면서 강성과 안전도를 확보하는 것은 최악의 난이도로 꼽힌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이미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기술 특허를 미국 특허청(USPTO)에 출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닝 장치(Sealing Device)’, ‘팝업 가이드(Pop-up Guide)’ 등 B필러가 없는 상태에서도 문짝 간의 완벽한 밀폐(방수/방풍)를 구현하고, 충돌 시 차체 변형을 막는 혁신적인 기술들이다.
사진 출처 = 제네시스
GV90이 G90을 뛰어넘는 진정한 플래그십이 될 것이라는 증거는 ‘크기’에서도 드러난다. 업계에 따르면 GV90의 전장은 5,200mm 이상, 휠베이스는 3,400m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존하는 제네시스 G90 롱휠베이스 모델(휠베이스 3,370mm)보다도 긴 수치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궁전’ 수준의 압도적인 실내 공간을 예고한다.
이 거대한 공간을 채울 실내는 지난 4월 공개돼 극찬을 받았던 ‘네오룬 콘셉트’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을 전망이다. 핵심은 ‘한국적인 여백의 미’와 ‘최첨단 VIP 사양’의 결합이다. 1열 시트가 180도 회전하여 2열과 마주 볼 수 있는 ‘회전 시트’ 기능은 차량을 ‘이동 수단’에서 ‘달리는 VIP 라운지’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한국형 럭셔리’의 정점을 찍을 기술로 ‘온돌 난방 시스템’이 꼽힌다. 이는 기존의 히터 바람 방식이 아닌, 차량 바닥과 도어트림 등에 복사열 난방 필름을 적용해 은은하고 쾌적한 온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는 ‘아랫목’을 선호하는 한국 고유의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롤스로이스의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에 버금가는 제네시스만의 강력한 ‘시그니처’가 될 전망이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이다. eM 플랫폼은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은 물론, 에어 서스펜션, 후륜 조향 시스템, 레벨 3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탑재를 완벽하게 지원한다. GV90은 이 모든 최신 기술이 집약된 ‘기술적 플래그십’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된다.
사진 출처 = 제네시스
제네시스 GV90의 등장은 여러모로 ‘사건’이다.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코치 도어’와 ‘필러리스’ 구조를 채택한 것은, 더 이상 독일 3사를 쫓지 않고, ‘하이퍼 럭셔리’ 시장의 룰을 새로 쓰겠다 말하는 선전포고다.
이를 위해 G90보다 비싼 가격표는 필연적이다. 업계에서는 GV90의 예상 가격을 1억 원대 후반에서 2억 원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이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 레인지로버 SV 등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가격대다.
“과연 2억 원짜리 국산차를 누가 살까?”라는 의구심은 이제 무의미하다. 제네시스는 코치 도어와 온돌 난방이라는 독보적인 무기를 장착하고, ‘G90’마저 구형으로 만들어버릴 준비를 마쳤다. GV90은 ‘가성비’의 제네시스가 아닌, ‘가치’의 제네시스 시대를 여는, 현대차그룹의 가장 화려하고 대담한 도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