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차량 등록 및 갱신 시 ‘합법적 체류 신분’ 증명
지지자는 안전 강화를, 비판자는 무보험 운전자 증가를 우려
주 전체 도로 안전·경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텍사스 주가 예상치 못한 정책 변화로 인해 큰 혼란에 빠졌다. 주 자동차 관리국, DMV가 자동차 등록 및 갱신 시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규정을 전격 시행한 것이다. 이 조치는 누가 텍사스 주에서 합법적으로 운전할 수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빅뱅'으로 평가된다. 찬성론자들은 도로 안전과 보험료 인하를 주장하지만, 반대론자들은 오히려 무보험 운전자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텍사스 주민 전체의 생활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이 새로운 정책의 내막을 들여다본다.
지난 11월 18일, 텍사스 DMV는 카운티 세금 징수 사무소에 짧은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간단명료했다. 바로 그날부터 자동차 등록 및 갱신을 하려면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정책 변화는 어떠한 사전 공지나 유예 기간 없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관계자들조차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결정은 공화당 주 하원의원 브라이언 해리슨이 주지사와 DMV를 향해 "불법 이민자들에게 차량 등록을 허용한다"라고 비판한 지 하루 만에 이루어져 정치적 배경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등록 운전자가 보험료를 인상하고 텍사스 도로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합법적 신분 증명을 의무화함으로써 도로 안전이 강화되고 모든 운전자의 보험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정반대다. 이들은 오히려 이 정책이 무보험 및 미등록 자동차의 수를 급증시켜 모든 운전자에게 더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존에는 미등록 거주자도 자동차를 등록하고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제는 등록이 불가능해지면서 보험 가입도 원천 봉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스틴에서 자동차 등록 및 보험 대리점을 운영하는 모니카 로드리게스는 "이것은 생존을 막는 것"이라며 현장의 복잡한 현실을 전했다. 그녀는 법적 지위가 없는 가족들이 자동차 등록이 만료되면 합법적으로 직장에 가거나 식료품을 구하러 갈 수 없게 되어 "일상생활이 불안정하고 스트레스투성이"가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미등록 이민자들이 텍사스 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동차 이용 제한은 단순히 운전 문제를 넘어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들이 계속해서 운전하게 될 경우, 보험 없는 자동차가 늘어나 전체 도로의 안전을 더 위협할 수 있다.
텍사스 주는 이미 운전면허 발급 시 합법적 거주 증명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등록에까지 이 요건이 확대되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벡사 카운티 세무사 알버트 우레스티는 "엄청난 변화가 될 것이며, 아직도 나와야 할 정보가 많다"라며 "학습 곡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시행된 이 정책의 실질적인 영향과 법적 파급 효과는 아직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텍사스 주 전역의 도로 안전과 경제, 그리고 수많은 이민자 커뮤니티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텍사스 주 DMV의 자동차 등록 신규정은 도로 안전 증진이라는 명분 아래 단행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보험 운전자 수를 증가시키고 취약계층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위험이 크다. 합법적인 신분 증명 없이는 자동차를 등록할 수도, 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게 되면서, 오히려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자동차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과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텍사스 주의 조치는 이민 정책과 맞물려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정부가 정책 시행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사전 고지를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피해를 입게 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방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자동차를 등록하고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현실적이고 유연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 텍사스 주의 이번 '실험'이 과연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