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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평생 보증 선언!"

by 뉴오토포스트

전기차 결함에 대처하는 현대차
파격적인 보증 연장
테슬라와 비교되는 '정면 돌파'


전기차 오너들에게 가장 두려운 단어를 꼽으라면 단연 ‘ICCU(통합충전제어장치)’일 것이다. 잘 달리던 차가 갑자기 “전원 공급 장치 점검”이라는 경고등을 띄우고, 속도가 줄어들다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는 아찔한 상황.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 차량들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했던 이 ‘동력 상실’ 문제는,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게 만든 치명적인 악재였다.

hyundai-kia-ev-iccu-warranty-extension-15years-400k-5.jpeg 사진 출처 = 현대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리콜을 진행했음에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현대차그룹이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그것도 단순한 수리가 아닌, 업계 상식을 파괴하는 ‘초강수’를 뒀다. 바로 문제의 핵심 부품인 ICCU의 보증 기간을 ‘10년 16만km’에서 ‘15년 40만km’로 대폭 연장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역사상 전례 없는 보증

e5e3d6e118fe4ae093a9b9977bde8ab2.jpg 사진 출처 = 현대차

통상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공하는 파워트레인 보증 기간은 길어야 ‘5년 10만km’ 혹은 전기차 배터리 기준 ‘10년 16만km’ 또는 ‘20만km’ 수준이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를 훌쩍 뛰어넘어 ‘15년 40만km’라는 파격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40만km는 지구를 10바퀴 돌 수 있는 거리이자, 일반적인 개인 승용차 운전자가 평생을 타도 도달하기 힘들다. 기간 역시 15년으로 늘려, 차량의 일반적인 기대 수명을 완전히 커버했다. 즉, 현대차그룹은 “당신이 이 차를 타는 동안 ICCU 때문에 돈 들어갈 일은 절대 없게 하겠다”는 사실상의 ‘무한 책임’을 선언한 셈이다.

대상 차종도 광범위하다. ICCU 이슈의 중심에 있었던 현대차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는 물론, 기아 EV6,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 GV60, GV70 전동화 모델, G80 전동화 모델까지 E-GMP 플랫폼을 공유하거나 유사 시스템을 사용하는 총 5개 차종, 약 17만 대가 혜택을 받게 된다.

이는 현대차가 단순히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립서비스가 아니라, 개선된 부품의 내구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확신을 가졌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으로 분석된다. 만약 품질에 자신이 없다면, 40만km 보증은 향후 기업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겨줄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조치는 “기술적으로 해결됐으니 안심하라”는 현대차의 자신감 넘치는 메시지다.

‘자동 적용’과 ‘수리비 환급’으로 진정성을 더했다

aa28b50b700045b692debdb7244a4e72.jpg 사진 출처 = 현대차

파격적인 기간 연장만큼이나 돋보이는 것은 고객을 배려한 세심한 디테일이다. 보통 제조사들이 보증 연장 캠페인을 진행할 때, 복잡한 신청 절차를 두거나 특정 조건을 걸어 혜택을 받기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이번 조치에서 ‘별도의 신청 없는 자동 적용’ 방식을 택했다.

대상 차량을 소유한 고객이라면 누구나, 아무런 조치 없이도 자동으로 늘어난 보증 기간을 적용받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혜택이 ‘중고차 거래 시에도 승계’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차주뿐만 아니라, 중고차로 해당 모델을 구매하려는 예비 오너들의 불안감까지 해소시켜 중고차 가격 방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대차는 ‘소급 적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22년 7월 24일 이후 ICCU 고장으로 인해 이미 자비를 들여 수리를 마친 고객들에게, 수리비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고객이 서비스센터에 영수증 등 증빙 서류를 제출하기만 하면 된다. 이는 기존 고객들의 불만을 원천 차단하는 동시에, 제조사가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결함 논란이 있을 때마다 늑장 대응이나 소극적인 보상으로 비판받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고객 중심의 발 빠른 대처다.

테슬라와 대비되는, ‘책임 경영’의 표본

975791f73f82409b802009d950dbc13c.jpg 사진 출처 = 현대차

현대차그룹의 이번 ‘초강수’는 경쟁사인 테슬라의 행보와 극명하게 대비되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오류나 서스펜션 결함 의혹 등에 대해 ‘비밀 유지 계약’을 요구하거나, 책임을 운전자에게 전가하는 등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빈축을 사 왔다.

반면, 현대차는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개선품을 내놓은 뒤, 이를 폐차 시점까지 보증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고도의 전략이다. 이는 “현대차의 전기차는 끝까지 믿고 타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강력한 ‘신뢰의 백신’이다. 이번 조치로 현대차그룹은 ‘결함 논란’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오히려 ‘가장 책임감 있는 전기차 브랜드’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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