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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하이브리드보다 싸다?"

by 뉴오토포스트

1,240km 달리는 EREV
650km 달리는 BEV 동시 출격
‘가성비 끝판왕’ 등극?


“전기차는 비싸다. 하이브리드는 그나마 합리적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 온 불문율이었다. 배터리 원가 때문에 순수 전기차(BEV)는 언제나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 모델보다 수천만 원 더 비싼 ‘귀하신 몸’ 대접을 받아왔다. 하지만 중국의 전기차 공룡들이 이 견고한 상식을 보란 듯이 산산조각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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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AC

중국의 GAC 아이온이 브랜드 최초로 순수 전기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모델을 동시에 갖춘 신형 SUV ‘i60’의 사전 판매를 시작하며 전 세계 자동차 업계를 경악케 했다. 충격의 핵심은 단연 ‘가격’이다. 순수 전기차 모델의 시작 가격이 하이브리드(EREV) 모델보다 오히려 더 저렴한, 사상 초유의 ‘가격 역전’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경차가 아닌, 넉넉한 공간을 갖춘 SUV가 우리 돈 2,4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이는 현대 코나 일렉트릭이나 기아 EV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가격이다. ‘가성비’를 넘어 ‘가격 파괴’ 수준의 무기를 들고 나온 GAC 아이온의 ‘i60’. 과연 이 차가 시장에 던지는 충격파는 어느 정도일지, 그 말도 안 되는 스펙과 전략을 낱낱이 파헤친다.

하이브리드보다 싼 전기차?…‘가격 혁명’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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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AC

이번에 공개된 ‘i60’의 가격 정책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다. GAC 아이온은 순수 전기차(BEV) 모델의 시작 가격을 약 2,480만 원, 주행거리 연장형(EREV) 모델의 가격을 약 2,630만 원으로 책정했다.

통상적으로 배터리 용량이 큰 순수 전기차가 내연기관 엔진이 섞인 하이브리드보다 비싼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하지만 GAC 아이온은 이 공식을 뒤집었다. 이는 중국 내 배터리 공급망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제조 효율성이 극한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자, 내연기관 시장을 완전히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공격적인 의지의 표명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충전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 거주자라면 2,400만 원대 순수 전기차를 선택해 유지비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반면, 충전이 번거롭거나 장거리 주행이 잦은 운전자라면 2,600만 원대 EREV를 선택하면 된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경쟁사 모델들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는 BYD 송플러스, 지리 갤럭시 L7 등 중국 내 쟁쟁한 경쟁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치킨 게임’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서울-부산 왕복하고도 남는 ‘1,240km’ 주행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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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AC

가격이 싸다고 해서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i60’의 스펙은 가격표를 다시 확인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특히 주목할 것은 주행거리 연장형(EREV) 모델이다. 이 차는 1.5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이 엔진은 바퀴를 굴리는 데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오직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수행한다. 구동은 100% 전기 모터가 담당하기 때문에 전기차 특유의 매끄럽고 강력한 가속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무시무시한 주행거리에 있다. 순수 전기 모드로만 210km(CLTC 기준)를 주행할 수 있어, 일상적인 출퇴근은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전기차처럼 운행이 가능하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엔진이 돌아가며 전기를 만들어내는데, 이를 합친 총 주행거리는 무려 1,240km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다. 충전소 찾아 삼만리 할 필요 없이, 주유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전기차’의 완성형이다.

순수 전기차(BEV) 모델 역시 만만치 않다. 최대 65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해 장거리 여행에도 부족함이 없다. 2,400만 원짜리 전기차가 600km 이상을 달린다는 것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 나와 있는 그 어떤 전기차도 범접하기 힘든 ‘가성비의 끝판왕’임을 증명한다.

‘가격 파괴자’의 등장, 글로벌 시장이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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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GAC

GAC 아이온 ‘i60’의 등장은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에는 친환경을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면, 이제는 오히려 내연기관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 뛰어난 성능과 편의 사양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동시에 내놓는 전략,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경쟁력. 중국발 ‘쓰나미’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덮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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