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vs디젤 더 빨리 따뜻해지는 차는?

by 뉴오토포스트

효율 좋은 디젤 엔진
역설적으로 겨울에는 더 춥다
엔진 열 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이득


살을 에는 듯한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 아침. 꽁꽁 얼어붙은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 때, 운전자가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바로 히터 송풍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바람이다. 엉덩이를 데워주는 열선 시트와 손을 녹여주는 열선 핸들도 좋지만, 차가운 실내 공기 자체를 훈훈하게 데워주는 히터만큼 반가운 것은 없다. 그런데 여기서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가솔린차와 디젤차 중 어떤 차가 더 빨리 따뜻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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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가솔린 세단은 금방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데, 내 디젤 SUV는 한참을 달려도 미지근한 바람만 나오는 것 같은 느낌, 단순한 기분 탓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기분 탓이 아니라 지극히 과학적인 사실이다.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이 가진 태생적인 특성 때문이다.

디젤 ‘효율’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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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히터의 작동 원리를 알면 승패는 이미 정해져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난방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공짜’다. 연료를 태워 폭발시키는 과정에서 엔진은 엄청난 고열을 내뿜는데, 이 열을 식히기 위해 순환하는 ‘냉각수’가 뜨거워지면 이를 실내의 ‘히터코어’라는 작은 라디에이터로 보내고, 블로어 모터(팬)가 바람을 불어 그 열기를 실내로 유입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즉, 엔진이 빨리 뜨거워져야 히터도 빨리 나온다.

여기서 가솔린과 디젤의 운명이 갈린다. 승자는 ‘가솔린’이다. 가솔린 엔진은 디젤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효율’이 낮다. 열효율이 낮다는 것은 연료가 가진 에너지를 바퀴를 굴리는 운동 에너지로 바꾸는 비율이 낮다는 뜻이고, 반대로 말하면 버려지는 에너지인 ‘열(폐열)’이 많이, 그리고 빨리 발생한다는 의미다. 덕분에 가솔린차는 시동을 걸고 조금만 지나도 냉각수 온도가 빠르게 상승하여 히터에서 따뜻한 바람을 뿜어낼 수 있다.

반면, 디젤 엔진은 ‘효율의 제왕’이다. 가솔린보다 압축비가 높고 폭발력이 강해 열효율이 매우 뛰어나다. 이는 같은 양의 연료로 더 많은 운동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버려지는 ‘열’ 자체가 적고 엔진이 달궈지는 속도도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디젤의 구원투수 ‘PTC’와 히터 사용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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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디젤차 오너들은 겨울마다 꼼짝없이 추위에 떨며 운전해야 하는 것일까? 엔진 열이 오르기 전까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디젤차에는 ‘PTC 히터’라는 보조 난방 장치가 필수적으로 장착된다.

PTC 히터는 쉽게 말해 전기 난로다. 엔진 열을 기다리는 대신, 배터리의 전력을 끌어와 코일을 직접 가열해 냉각수를 데우거나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다. 시동 직후 디젤차에서도 미지근한 바람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PTC 히터 덕분이다. 이 장치는 냉각수 온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초기 시동 시에만 작동하며, 통상 수온이 60~70℃ 이상으로 오르면 임무를 다하고 자동으로 꺼진다. 일부 고급 차량이나 구형 모델에는 연료를 직접 태워 냉각수를 데우는 ‘프리히터’가 장착되기도 하는데, 이는 실내 난방뿐만 아니라 경유의 파라핀 성분이 굳어 연료 공급이 막히는 ‘결빙 현상’을 방지하고 시동성을 높이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치가 있어도 운전자가 잘못 사용하면 무용지물이다. 냉각수가 아직 차가운 상태에서 블로어 팬을 강하게 돌리면, 그나마 엔진 열로 조금씩 데워지려던 냉각수마저 찬 공기에 의해 다시 식어버린다. 엔진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추워서 힘든데, 옆에서 선풍기까지 틀어대는 꼴이다. 이는 엔진이 정상 작동 온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늦춰, 연비 악화와 배기가스 증가, 그리고 엔진 마모를 유발한다.

따라서 시동 직후에는 히터를 바로 켜지 말고, 열선 시트나 열선 핸들로 체온을 유지하며 5분 정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수온계 바늘이 조금이라도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PTC 히터가 작동할 시간을 준 뒤에 히터를 켜는 것이 엔진 건강과 탑승자의 안락함 모두를 잡는 비결이다.

효율과 편안함 사이, 기계적 특성을 이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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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과 디젤의 히터 전쟁은 결국 엔진의 효율성 차이에서 비롯된 과학의 결과다. 가솔린차 오너는 빠른 난방을 누리는 대신 조금 더 많은 연료비를 지불하는 셈이고, 디젤차 오너는 높은 연비를 누리는 대신 겨울철 초기의 추위를 감수하거나 전기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것이다.

어떤 차를 타든 변하지 않는 진리는 하나다. 자동차는 기계이고, 기계는 적절한 작동 조건이 갖춰졌을 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무작정 히터부터 틀고 보는 조급함을 버리고, 내 차의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까지 아주 잠시만 기다려주는 여유. 그것이 올겨울 당신의 드라이빙을 더 따뜻하고 스마트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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