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슈퍼카 쳐다도 안 본다"…F1 황제 무소유 선언

by 뉴오토포스트

전설의 명차들 떠나보낸 해밀턴의 '무소유'
파가니·맥라렌…떠나보낸 차만 170억 원어치
페라리와 꿈꾸는 'F44' 프로젝트는?


F1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이버이자 7회 월드 챔피언에 빛나는 루이스 해밀턴. 그를 수식하는 단어는 단순히 '빠른 드라이버'에 그치지 않는다. 화려한 패션 감각, 거침없는 언행, 그리고 무엇보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침을 꼴깍 넘어가게 만드는 입이 떡 벌어지는 '슈퍼카 컬렉션'으로도 유명했다. 그의 차고는 전 세계에 단 한 대뿐인 커스텀 모델부터,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클래식 명차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고, 그 가치만 해도 우리 돈으로 약 170억 원(1,300만 파운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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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Mercedes-AMG

그런데 최근, 이 자동차 수집광이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이제 슈퍼카에 관심이 없다"며 자신의 애마들을 모조리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서킷 위에서는 0.001초를 다투며 내연기관의 극한을 짜내는 그가, 정작 일상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소유욕을 버리고 '무소유'를 실천하겠다는 역설적인 상황. 도대체 무엇이 F1 황제의 마음을 돌려세운 것일까? 그리고 네 바퀴 달린 슈퍼카가 사라진 그의 차고를 대신 채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170억 컬렉션을 공중 분해시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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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facebook 'lewishamilton'

루이스 해밀턴이 떠나보낸 차량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자동차 마니아라면 피눈물을 흘릴 만큼 귀한 보물들이다. 가장 대표적인 모델은 '파가니 존다 760 LH'다. 파가니가 오직 해밀턴만을 위해 특별 제작한 이 보랏빛 괴물은 V12 엔진에 수동 변속기를 얹은 원오프 모델로, 그가 모나코에서 접촉 사고를 냈을 때조차 전 세계 토픽이 되었던 상징적인 차다. 또한, 섀시 넘버 044번의 '맥라렌 F1'도 포함되어 있다. 맥라렌 F1은 자동차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전설적인 모델로, 해밀턴의 레이싱 넘버인 '44'와 일치하는 섀시 넘버를 구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하이퍼카의 시초인 '라페라리', 1966년식 오리지널 '셸비 코브라 427' 등 박물관에 전시되어도 손색없을 명차들이 그의 손을 떠났다.

그가 이 엄청난 보물들을 처분한 표면적인,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환경 문제'에 대한 자각이다. 해밀턴은 수년 전부터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며 환경 운동가로서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세상이 기후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데, 기름을 쏟아붓는 슈퍼카를 공도에서 몰고 다니는 것이 내 양심에 찔리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서킷 위에서의 레이싱은 직업이자 스포츠로서 최선을 다하지만, 일상생활에서만큼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공도에서 내연기관차를 거의 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동할 일이 생기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인 EQC나 하이브리드 모델만을 이용하며, 공항을 오갈 때도 탄소 배출이 많은 개인 전용기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자산 가치를 지닌 컬렉션을 매각한 것은 단순한 '현금화'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한 뼈를 깎는 결단이었던 것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F1 드라이버가 환경을 논하는 것이 위선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하지만, 자동차 문화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 스스로 '내연기관의 종말'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동차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페라리와 그리는 F44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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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X ‘theJudge13Twts’

슈퍼카들이 떠난 자리를 채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바퀴'다. 해밀턴은 최근 네 바퀴 달린 자동차보다 오토바이에 더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레이스가 없는 주말이나 휴식 시간에 '두카티 파니갈레 V4 S'나 'MV 아구스타' 같은 고성능 슈퍼바이크를 즐겨 탄다. 꽉 막힌 도심 트래픽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헬멧을 쓰면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익명성'이 주는 해방감 때문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스타로서 겪는 스트레스를 바람을 가르는 라이딩으로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자동차에 대한 열정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자동차 사랑은 '소유'에서 '창조'로 진화하고 있다. 2025년 시즌부터 페라리 팀으로 이적을 확정한 해밀턴은, 페라리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드림카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페라리의 최신형 하이퍼카인 'F80'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최신 기술로 무장한 F80보다는, 클래식한 'F40'이 훨씬 더 예술적이고 감성적"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구상은 구체적이다. 바로 전설적인 F40을 기반으로 자신의 취향을 듬뿍 담은 커스텀 모델, 일명 'F44' 프로젝트다. 그는 F40의 상징적인 디자인과 날것 그대로의 주행 감각은 유지하되, 엔진과 서스펜션을 현대적으로 조율하고 반드시 '수동 변속기'를 얹고 싶어 한다. 또한, 시트 위치를 뒤로 밀어 자신의 체형에 딱 맞는 콕핏을 구성하고, 그가 사랑하는 음악을 최상의 음질로 즐길 수 있는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길 원한다.

이는 단순한 복원을 넘어선 '레스토모드(Restomod, 복원+개조)'의 영역이다. 해밀턴은 F40을 단순한 기계 덩어리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신 슈퍼카들이 0.1초의 기록 단축과 전자 장비에 집착할 때, 그는 자동차가 줄 수 있는 원초적인 즐거움과 아날로그적 감성에 주목한 것이다. 환경을 위해 일상에서는 전기차를 타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기계를 다루는 맛'을 갈망하는 레이서의 본능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만약 페라리가 해밀턴의 제안을 받아들여 'F44'가 세상에 나온다면, 이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특별하고 가치 있는 콜라보레이션으로 기록될 것이다.

소유를 넘어 가치를 좇는 진정한 '카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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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Mercedes-AMG

루이스 해밀턴의 170억 컬렉션 매각은 표면적으로는 '무소유' 선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성숙하고 깊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무분별한 수집과 과시 대신, 환경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고민하고, 최신 기술보다는 자동차 본연의 예술성과 감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관념을 재정립했다. 남들이 만든 차를 타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이 담긴 차를 직접 만들겠다는 그의 꿈. 페라리 유니폼을 입은 해밀턴이 F1 서킷에서의 우승 트로피뿐만 아니라, 'F44'라는 걸작을 타고 도로 위에 등장할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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