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2014년 이후로 8년만에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한때는 130달러는 넘기도 했다. 지금은 두바이유 108달러, 브렌트유 113달러, 텍사스유 107달러이지만 아직까지 불안정한 상태다.
국제 유가가 오른 만큼 국내 기름값도 올랐다. 휘발유 가격도 그렇지만, 경유 가격이 많이 올랐다. 지역에 따라 한때 평균 2천원을 넘기기도 했으며, 현재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가 100원도 안나고 있다. 경유값 급등으로 현재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화물업계다. 수익을 고스란히 주유하는데 써야 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평균 가격 1,900원 돌파
서울은 2,000원을 넘기도 했다
요즘 기름값 상승을 보면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난 이후 3월 1일의 전국 평균 기름값을 살펴보면 휘발유가 1,763원, 경유가 1,590원이다.
한편 3월 31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 기름값을 살펴보면 휘발유가 1,998원, 경유가 1,918원이다. 한달동안 휘발유는 235원, 경유는 328원 올랐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도 좁혀졌는데, 3월 1일에는 173원이었지만 3월 31일은 80원으로 100원 가까이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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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울은 경유 가격이 3월 15일에서 10일간 2천원을 넘기도 했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값이 휘발유값을 앞지르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 평균이 1,992원으로 2천원 밑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언제 또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서울 기준으로 기간 범위를 더 넓혀보면 1월 1일에는 1,520원이었으며, 2월에는 오르긴 했어도 1,600원대를 유지했다가 3월에 급등한 것이다. 1월부터 보면 3개월간 500원 정도가 인상된 셈이다.
세계적으로 경유 수요가 많기 때문
특히 유럽의 경유 부족 문제 심각
그렇다면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경유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휘발유는 고무가공, 도료, 세척용으로도 사용하기는 하지만 거의 대부분 가솔린 엔진을 구동하는데 사용하는 반면, 경유는 자동차 외에도 난방용, 발전용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자동차만 봐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자동차 선진국인 유럽이 경유차 천지인데다 전 세계적으로 승합차나 버스, 트럭 등은 경유를 연료로 많이 사용하며, 디젤기관차도 경유를 상당히 많이 먹는다. 또한 현재 전쟁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우 전차 및 기타 군용차량들도 다 대부분 경유로 움직인다. 그렇다보니 전략적으로 휘발유보다도 중요성이 높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대로 유럽은 경유 소비가 꽤 높은 편인데, 꽤 많은 양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독일은 30%, 프랑스는 25%, 영국은 18%가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 수급이 막히면서 유럽 내 경유 재고가 떨어졌고, 그 외 전 세계적으로도 경유 확보에 차질을 겪으면서 가격이 올랐다.
현재 유럽은 중동이나 미국에서 경유를 수입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경유 확보에 집중하는 만큼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스위스 석유중개업체 비톨의 러셀 하디 CEO는 최악의 경우 유럽이 연료 배급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트럭은 대부분 디젤
게다가 주유량도 많고
자주 주유해야 한다
경유값 급등으로 화물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 전국을 돌아다니는 트럭들 중 2.5톤급 이상은 다 디젤엔진이 탑재되어 있는데다 차가 크다 보니 연비가 매우 낮다. 승용차보다 낮은 연비로 장거리를 운행해야 되다 보니 연료통 용량이 수백리터에 달한다.
2.5톤 마이티만 해도 기본 100리터이며, 엑시언트의 경우 500리터짜리 모델도 있다. 용량이 많은 만큼 한번 주유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한데, 리터당 1,500원 기준으로 마이티는 10만원대에 끊을 수 있지만 5톤 메가트럭으로만 올라가도 30만원대가 되어버리며, 엑시언트 500리터짜리는 75만원이 된다. 심지어 이걸 한달에 몇번이고 주유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경유 가격이 높아지면 화물차 기사들의 부담이 커진다. 리터당 2천원 기준 마이티만 해도 20만원대가 되어 버리며, 메가트럭은 50만원 내외가 된다. 엑시언트는 모델에 따라 100만원까지도 각오해야 한다. 유가보조금을 받는다지만 그래도 부담이 크다.
한국교통연구원 2020년 화물운송시장 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일반화물차주의 월 평균 지출 가운데 유류비는 42.7%이며, 월 평균 지출액은 유가보조금 제외 252만 8천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경유값은 지금의 60% 수준인 평균 1,190원이었다. 이를 감안해 단순 산술 계산하면 현재 화물차 기사들의 평균 유류비 지출액은 월 5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화물차 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아껴가며 운행 중
화물차 기사들의 부담이 커지자 울며 겨자먹기로 아껴가며 화물차를 운행 중이다. 5.5톤 화물트럭을 운행하는 한 기사는 원래 이틀에 한번 250리터를 가득 주유했는데, 요즘에는 너무 비싸 160리터만 넣고 아슬아슬하게 운전하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원래 매달 350만원 들었던 주유비가 500만원으로 늘어날 것이며 일을 할수록 손해본다"라고 언급했다.
결국 이 화물차 기사는 연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트럭 속도를 낮춰 운행하고 있다. 평소에는 82~83km/h 정도로 운행하지만 요즘에는 76~78km/h 정도로 운행 중이라고 한다. 답답하긴 하지만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요소수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거기다가 아직 요소수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작년 10월, 중국 내 석탄이 부족해지면서 석탄에서 추출하는 요소수 수출을 통제했는데, 문제는 한국은 요소수 거의 전부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요소수 대란이 발생했다.
일반 승용차야 자주 넣는 편은 아니지만 트럭의 경우 주행거리가 많고 연료 소비량이 많은 만큼 요소수도 자주 넣어줘야 하는데, 그 요소수가 없어 한때 물류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은 품귀 현상이 해소되었지만 여전히 10리터당 1만 5천원대로 예전의 8~9천원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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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업계에서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화물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긴급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추가 인하 카드를 만지작하고 있지만 당장 운송요금에 대한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은다면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 등 단체에서는 작년부터 유류세 연동제 등 유가 상승분을 반영한 물류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송료 인상을 포함한 단기 대책과 안전운임제 확대를 비롯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라며 외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