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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나다 Jan 14. 2023

브런치 작가 소통방이 커피보다 강력했던 이유

마감을 향해, 함께의 힘으로 각자 해내는 공간.

2022년 10월 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브런치'라고 검색을 했다.


브런치 작가 소통방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이 하나 있었다. 60여 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분이 있었다. 그분의 브런치를 가봤다. 매일 하나씩 글이 발행되어 올라오고 있었다. 하루에 하나라니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와 비교하지 말아야지. 각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다르니. 하며 그분들은 그분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를 느슨하게 바라봤다. 서로서로 소개를 하며 글이 겨우 한 개 발행되어 있던 내 브런치 주소도 공유했다.




10월 23일에 마감인 10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 응모를 하고 싶었다. 혼자 가려니 도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 쓰지 못하고 마감을 지나가버릴 것 같았다.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처음의 의도는 함께 글의 마감 시간을 정하고 응모를 같이 할 작가분들을 모집해보고자 했다.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디지털 노마드 시대답게, 모두 다 다른 시간대에 글을 쓰고 스스로가 정한 발행 요일이나 주기가 각기 달랐다. 함께 브런치 글을 쓰는 스터디를 모집해보고자 했던 의욕은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대신 하루하루 천천히 서로 스며들고 있었다. "놓고 갑니다. 시간 편하실 때 읽어보세요" 하며 툭 놓고 가는 글을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같은 카톡방에 있다는 이유로 댓글도 남기고 구독도 눌렸다. 내가 구독한 작가분들 뿐 아니라 나를 구독해 준 작가분들 역시 그 방에 여럿이다. (그 방에 계신 분들 말고 처음으로 구독자가 생겼을 때  나를 진짜 발견해 준 분 같아서. 나의 관심사가 그분과 통한 것 같아서 훨씬 짜릿했다. 아마 그분들도 그러할 거다)


서로서로 맞구독도 해주고 라이킷도 눌러주며 시간을 천천히 쌓아갔다. 관심사가 완전히 다른 분도 있었다. 훗 날, 서로 결이 다르거나 글로써 쓰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구독을 해 놓고도 서로 읽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우리가 나눈 정이었다 생각하면 될 것이다.




10월 달력을 꺼 달력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안 쓰면 안 되는 날에 표시를 했다. 낮시간에는 시간을 들인 대비 아웃풋의 질이 좋지 않았다. 산만하고 정신이 분산됐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밤이거나, 일어나기 전 새벽이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테스트하며 알게 되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라도 매일 새벽기상을 못하니 화목금토 이렇게 정했다. 나는 글을 9개 더 써야 했는데 화목금토 화목금토 2주를 돌려도 1개를 더 써야 했다. 마감 직전에 몰려서 하루에 두 개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다 응모를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순간.


23일이었던 마감일이 30일로 일주일 연기되었다. 응모할 수 있겠다. 미소가 입가에 절로 번졌다.



마감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당선되어야 한다 또는 당선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 마감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다른 작가분들도 그러했을까. 아니, 누군가는 당선을 위해서 달렸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마감이 다가오자 하나씩 공유글로 놓고 가는 그 글이 커피보다 강력한 각성제가 되었다. 모두들 동기부여가로 나섰다. 마감을 앞두고 브런치 작가들은 "글 놓고 갑니다 이제 2개만 더 쓰면 됩니다~"  "이제 1개 남았어요~" "저 응모했어요! "하며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를 위한 최소 글 수인 10개까지 남은 글의 수를 공유했다.




덕분에 <엄마, 자영업자가 되다> 브런치북을 완성했고 응모할 수 있었다. 마치 수능이라는 마감일을 향해 매일 같은 교실에서 같은 공간을 공유했던 고3 시절, 서로 아무 말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으로 존재했던 것만으로도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때의 우리 같았다. 대학생이 되어 같은 과여도 동기들의 진로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을 경험한 나로서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그룹의 힘을 오랜만에 함께 했고 즐겼다. 요즘 전자책을 쓴다고 그 방에 잘 들르지 못했는데 이 글을 공유할 겸 살짝 놓고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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