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샘
지난주 별로 알려지지 않은 젊은 음악가의 콘서트를 보러 갔다. 젊은 성악가들의 경우, TV 음악 프로그램이나 큰 무대에 한 번 서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자식이 성악가가 되도록 뒷바라지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부모의 심정이 되어 응원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클래식도 잘 모르는데 부르는 노래의 가사가 다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뜻도 모르고 들어야 했다. 그런데 잘 모르고 듣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었다. 성악가의 목소리와 음악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가 너무 가까워서 처음에는 어디다 눈을 두어야 할지 좀 어색했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니 대강당에서 하는 것과는 색다르고 감동적이었다.
공연 중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었다. 노래를 듣다가 문득 ‘무엇을 사랑하지?, 무엇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가족이 떠올랐다. 이어서 나, 나의 삶, 내 인생이 떠올랐다. ‘그래, 내 인생을,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그런데 어떻게?’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나를 사랑하고 내 삶을 사랑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생각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몸에 좋은 것 먹고, 좋은 사람 만나고, 바르게 행동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정리가 되면서 나아갈 길이 분명하고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삶이란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인생에 좋은 일만 일어날 수도 없고 예상치 못한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만 내 인생을 사랑한다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 해도 받아들임이 다를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 받아들임의 관점이 다른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너무 고통받지 않고 잘 받아들여 나가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리라. <아티스트 웨이>의 저자 줄리아 카메론도 ‘나 자신을 보물처럼 대하면 나는 강해질 것이다’라는 말을 주문처럼 외우라고 한다. 내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바로 나를 소중히 여겨 강해지는 상태, 외부의 흔들림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상태가 아닐까?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일이 있었다. 한 친구를 도와준 일이었는데 그 일로 나는 많은 괴로움을 겪었다. 내가 끊고 맺는 정리를 잘 못 하는 성격이라 자꾸 끌려가며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다. 정리하고 싶었지만, 같이 지내는 친구들과 엮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 이런 일로 나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나를 힘들게 하는 일도 정리하는 용기와 결단력을 가져야겠다. 이것이 나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참 작은 콘서트였는데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천하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오늘 아티스트 데이트를 통해 내 내면의 소리를 들었으니 이제 그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또 예기치 못했던 곳으로부터 온갖 지지와 도움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걸 나는 믿는다.
‘당신이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세요. 당신이 사랑하고 싶은 만큼 사랑하세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세요. 매 순간 기쁘게, 한순간도 슬프지 않게….’ (노래 가사의 내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