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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데이트] 첫걸음

아침햇살

by 뉴아티

-내가 생각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아티 데이트


아티 데이트. 나는 아티 데이트를 몇 번 했던가? 공식적으로 두 번 정도 한 것 같다. 처음 아티 데이트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은 1월 어느 일요일이었다. 아이, 남편과 토요일 하루 종일 함께 했고 일요일 오전도 같이 있다가 불쑥 남편에게 말했다.

“나 두 시간 정도만 나갔다 올게.”

남편은 쿨하게 다녀오라고 했다. 아이를 낳고 난 후 갑작스레 외출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 나이기에 남편은 쿨하게 다녀오라고 한다.

다가올 독서 모임의 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막상 갈 곳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간 곳은 겨우 스타벅스. 물 없이 얼음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지만 두 시간가량 있을 생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식으면 맛이 없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책을 펼쳤다. 집중이 잘 안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아티 데이트가 맞나 싶은 확신이 없는 생각만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갑작스레 나간 것도, 혼자이고 싶어서 나갔는데 사람 많은 곳에 간 것도, 평소에 마시지도 않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 것도,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래서였을까? 어색했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내 옷이 아닌 것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부자연스러웠다. 나의 첫 아티 데이트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나의 첫 아티 데이트는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찾는 게 어색한(잘 못하는) 나를, 표류하는 나를 느끼며 끝이 났다. 아티 데이트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는 것이 답일까? 왜 어색함을 느꼈을까?

처음이라 그랬을 거라 생각해 본다. 모닝 페이지를 처음 적었을 때도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몰랐다. 정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적었다. 아티 데이트도 모닝 페이지와 같은 것이다. 아티 데이트라고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그러니 그냥 해야만 한다. 아니 그냥 해야만 했다. 그래야 꾸준히 했을 것이고 지금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그냥 하지를 못했기에 아티 데이트를 겁내고만 있는 것이다.

이제 나는 다시 해보려고 한다. 겁내고만 있는 아티 데이트를 해보려고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자존감을 지키고 온전한 나를 느껴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온전히 집중해서 해보려고 한다. 정답이 없는 나와의 데이트를 해보려고 한다. 첫 데이트와는 달리 더 잘하고 싶다. 하는 동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해서 나를 느끼고 데이트가 끝난 후에는 뿌듯함을 느끼는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다. 나에게는 그게 나와의 데이트, 아티 데이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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