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나나
나는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내 행동과 말은 종종 순수한 마음의 표현이 아니다. 그동안의 교육과 다른 사람의 영향을 통해 배운 것으로 나를 포장해 표현한다. TPO*라는 개념을 배우고 나서 옷이나 화장, 주변 사람들에 대한 태도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항상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왔다.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은 예의와 예절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나를 드러내라는 메시지가 많이 들린다. 나의 감성, 나만의 경험을 표현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답게 살고,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도울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이세이 미야케의 패션은 나에게 큰 영감을 준다.
이세이 미야케는 독특한 디자인 철학을 가진 디자이너로, 그의 옷과 가방은 입은 사람의 몸에 따라 스타일이 결정된다. 나는 그의 옷을 입었을 때, 단순히 날씬한 모습이 아니라 특별한 분위기를 느낀다. 편안함과 독창성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가방 또한 내가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디자인은 그의 것이지만, 최종적인 형태는 내가 만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이세이 미야케의 디자인 철학 중 하나는 ‘원단 한 장을 활용해 옷 한 벌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원단에서 낭비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착용하는 사람에게 디자인의 권한을 나누어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접근은 그가 얼마나 섬세하고 소비자의 관점을 고려했는지를 보여준다. 디자이너가 소비자에게 마지막 권한을 주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의 의도는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으며 나 또한 내 안에 흐르는 창조성을 발견하고 싶다. 상처가 나서야 피를 의식하게 되는 것처럼, 나의 창조성이 드러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자유 의지’를 통해, 내 의지로 창조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를 선택했다. 이세이 미야케의 생각처럼, 나 또한 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마지막 권력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남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 나를 의식하는 삶을 살고자 한다. 나만의 독창성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글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TPO : 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경우)의 머리글자를 따온 영어 약자이다. 때와 장소와 상황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일본의 패션 브랜드 창업자가 만든 말이라고 한다.
적절한 말
언어를 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원하고 촉촉한 헝겊처럼 접을 수 있다면
당신 이마 위에 얹어줄 텐데
당신 손목에도 감아줄 텐데
-줄리아 카메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