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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새별 May 11. 2019

스웨덴 디자인 에이전시 인턴기 (2)

누군가는 말해줘야 하는 것들

지난 번엔 스웨덴 디자인 에이전시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글을 썼다. 오늘은 비슷한 맥락이지만 스웨덴에서 일할 생각이 있다면 알아두면 좋을 점들, 나도 아직은 적응 중인 점들을 위주로 써 보려고 한다.  


1. 가장 중요한 건 아마도 멘토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스웨덴에서 인턴십 만족, 불만족 여부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멘토'가 있느냐 없느냐 다.

인턴은 회사에서 돌아가는 일 대부분을 모른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 멘토가 없다면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불특정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한다. 매번 그러기가 껄끄러워 가만히 있으면... 스웨덴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게 될 수도 있다. 착하고 친절한 누군가가 다가와 안부에 대해 물어봐 주고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은 이런 이런 게 있어. 진행 상황을 알려주자면...' 하며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럴 기대도 하지 않는 게 좋다. 스웨덴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개인적이다.


면접 후 회사 측에서 다른 건 모두 오케이지만 적절한 멘토를 Provide 해줄 수 없다고 한다면 가지 않는 걸 추천한다. 생각보다 멘토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한국과 하는 일도, 일하는 방식도 다른데 멘토 없이 모든 걸 혼자서 하는 건 비추한다. Learning by doing 도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못 배울 확률이 크다. 또 이런 실제적인 부분을 알고 있는 에이전시들 중 몇몇은 적절한 멘토를 제공해줄 수 없어서 인턴을 안 뽑기도 한다. 뽑아 놓고 나 몰라라 하는 회사들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봄이 온 것 같았던 4월. 지금 스톡홀름은 다시 추워져서 넣었던 코트를 다시 꺼냈다.


다른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봐도 대체적으로 공통적인 문제는 멘토가 없다던가 멘토가 적절한 멘토링을 해주지 않아서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에 옆에서 보고 배울 점이 누군가가 있다면 거기에서 얻는 간접경험이나 에너지가 상당하다. 하물며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뻗을 사람이 없다면 인턴십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니 적절한 멘토와 멘토링을 제공해줄  있는 곳으로 가는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본적인 서포트가   내가 회사에   있는 베네핏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할  있으니까.


2. 스웨덴어라는 장벽

어쨌든 여긴 스웨덴이다. 회사 내 공용어가 영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스웨덴 사람들의 대다수 거의 100%가 영어를 아주 잘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들에게도 영어는 외국어다. 그들도 스웨덴어로 말하는 게, 일하는 게 편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국적은 러시아, 헝가리, 호주, 영국 등 다양하지만 대부분 스웨덴에서 8-10년 이상 산 사람들이라서 어느 정도 스웨덴어가 가능하다. 정말 스웨덴어를 1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 처음에는 이게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영어로 일하는 게 걱정됐었지 스웨덴어로 걱정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생각보다 생각보다 스웨덴어를 정말 많이 쓰는 거다. 물론 나쁜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대화, 미팅 혹은 워크샵은 기본적으로 모두 영어를 쓰지만 가볍게 오가는 이야기나 일상 생활 중 스웨덴어가 튀어나오면 무슨 말인지 1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그 기분이 묘했는데, 뭐랄까 의도된 건 아니지만 묘하게 배제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또 스웨덴어로 문서도 꽤 있어서 한창 구글 번역기를 열심히 쓰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지고 어느정도 받아들인 부분도 있다. '뭐 어쩔 수 없지. 내가 지금 스웨덴어를 배울 것도 아니니... 감수하자' 정도로. 이건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몇몇은 스웨덴어를 배우고 있고 몇몇은 나와 같은 루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톡홀름 풍경들 중 하나. 속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3. 말을 많이 할수록 좋은 건가요.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미팅은 최소화하는 것 같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지만 명목상 하는 미팅도 거의 없다. 이런 건 참 좋지만 다른 면에서 놀란 부분이 있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아이디어나 말을 '일단 던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누가 어떻게 할 진 모르겠지만 일단 던지는 말들. 내가 책임질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는 말들.


요런 경우는 대부분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1) 자유로운 토론에서 시작해 괜찮은 솔루션까지 이어지거나 2) 미팅이 끝나면 그대로 잊혀지거나 흐지부지 되거나 3) 혹은 중요한 논지나 핵심을 흐려버리거나. 나는 맨 마지막의 상황은 정말 피하고 싶어서 책임지지 못할 말들은 안 하려는 편이다.


문화적 차이인 것 같기도 한데 책임 소지나 가능, 불가능 여부, 아이디어의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최대한 Open discussion을 하려는 것과 명확한 근거, 논리가 있고 누가 봐도 괜찮은 아이디어만 선별하여 의논하려는 것의 차이랄까.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 밸런스를 찾는 게 관건인 것 같다.


가끔은 회의를 하다 보면 '이 회의는 지금 어딜 향해가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사람 by 사람, 미팅 by 미팅이겠지만 확실히 한국보다는 이런 경우가 훨씬 잦다. 처음에는 이런 대화 방식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었다. 말하기 전에 생각이나 의견에 대한 검열을 최소한으로 하고 우선은 Speak out 해보려고 했었다. 근데 결국은 나랑은 안 맞았다. 책임질 자신이 없거나 지금 상황에 그렇게 딱 들어맞는 아이디어가 아니라면 나는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편이다.

집중하면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나간다.

분명 이건 성향이나 성격 차이도 있을 거다. 나와 같이 인턴십을 하고 있는 호주에서 온 친구가 나와는 극도로 다른 스타일이다. 그 친구는 Open Discussion을 굉장히 즐기고 이건 이래서 안돼, 저건 저래서 안돼와 같은 약간의 제한이라도 있으면 힘들어 하는 편이다.


다양성이라는 측면과 그 안에서 조율을 맞춰가는 과정을 고려하면 굉장히 긍정적인 '다름'이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성향이거나 비슷한 사고방식에 익숙하다면, 스웨덴에서 일하면서 이런 부분에 일정부분 적응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4. 이 알 수 없는 어색함

뭘까.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데 알 수 없는 어색함이 있다. 이건 하이퍼 아일랜드를 다니면서도 몇몇의 스웨덴 친구들에게서 느낀 그 어색함인데 뭐라고 설명을 못하겠다. 그냥 뭔가 어색하다. 다들 어느 정도의 personal space가 필요하고 회사에서 그렇게 친목을 하지 않는 편들이라 그런가? 나도 딱히 그 어색함을 깨고 싶은 건 아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스몰톡을 짜내가며 대화를 이끌어내진 않는 편이다. 그들도 나를 어색하다고 느끼려나?

 

생각해보니 그런 말들은 많이 들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굉장히 친절하고 착하지만 그들과 '많이' 가까워지는 것, 흔히 말하는 베프가 되는 건 힘들다고. 근데 이건 맞는 말 같다. 어릴 때부터 크면서 형성된 그들의 견고한 스페이스가 있어서 인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들과 친해질 수는 있지만 가장 친한 사람이 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깔끔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것 중 하나다.


좋다 나쁘다의 개념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여기 사람들은 이렇다. 그러니 스웨덴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회사가 너--무 조용하고 사람들이 말을 잘 안하고 점심시간이나 짬이 날 때 무언가 알 수 없는 어색함이 느껴진다면 그건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가 어색해해요!


퇴근하고 갔던 캣카페. 스톡홀름에도 캣카페가 있다니. 아 그리고 회사에 모자를 쓰고 가도 된다는 건 정말 너무나 행복한 일이다.



인턴십이 이제 3~4주가량 남았다. 짧은 3개월이었지만 많이 생각하고 많이 배웠다. 기대 이상이었던 것도 있었고,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들도 꽤 있었고... 적당한 것 같다.


인턴 시작 전에는 막연한 두려움들이 앞섰었는데, 누구에게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기간은 필요하다. 그 적응 기간을 거치고 나면 처음 가졌던 두려움들은 대부분 해결된다. 이번 인턴십도 그랬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문제들이 또 어디선가 통통 튀어나오겠지만 이건 언제나,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고 어찌어찌 결국은 해결된다. 한국에서든 스웨덴에서든 어디에서든. 스웨덴에 오기 전 해외에서 공부도, 일을 해 본 적도 없는 나도 어느새 꽤 적응하여 많이 배우며 즐기며 또 가끔은 실망하며 지루해하며 잘 지내고 있다.


이번 인턴 경험이 나에게 또 다른 단단한 기반이 되어 주길 또 해외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스웨덴에 관심이 있다거나, 이 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인턴기 기록은 이 정도로 끝! 

이 외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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