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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새별 Apr 24. 2019

스웨덴 디자인 에이전시 인턴기 (1)

이들이 일하는 방법

3월 중으로 인턴십 관련해서 글 쓰기로 해놓고… 벌써 4월 말이 다 되어간다. 이러다가 브런치 셔터 내려야 될 것 같아서 일주일 전에 끄적이던 초안을 후다닥 끝냈다.


여기도 이제 거의 완연한 봄이라 하루하루 날씨가 너무 '사랑스럽다'. 인턴십을 시작한 지도 벌써 6주 정도 지났는데, 그 간 적응도 좀 했고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낀 것들도 많이 쌓였다. 이제 좀 꺼내 놓아야겠다.  


나는 지금 스웨덴 스톡홀름의 서비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프러덕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 에이전시는 DDB의 자회사인데, 모회사는 대형 광고회사지만 우린 광고와 관련된 일은 전혀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모든 전략에 서비스 디자인 어프로치를 사용하고 디지털 프로덕트에 대한 비즈니스 솔루션, UX 전략, 서비스 디자인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위주로 한다. 내부에 프로덕트 오너, 디자이너, 개발자가 있고 서비스 기획부터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개발까지 모두 한다.  


스웨덴 서비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하고 있는 일은 이 정도로 정리하고 (혹시 인턴십이나 업계 관련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오늘은 지금껏 일하면서 느낀 점 중 몇 가지를 공유하려고 한다.



1. 워라밸, 워라밸, 아마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워라밸.

우리 회사는 아침 9시부터 5시까지 일한다. 한국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퇴근시간이 의미가 없는 날이 훨씬 많았다. 6시 퇴근이라고 해도 야근이 있는 날이 없는 날보다 많았고 광고회사 특성상 주말 출근이나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워라밸은 둘째치고 주말엔 몰아 자기 바쁘고 늘 휴식에 목말라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극도의 워라밸을 즐기고 있는데, 그 이유는 1) 업무 시간 후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2) 적당한 업무량 3) 자유롭게 Work From Home 할 수 어서, 다.


물론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미팅도, 할 일도 많다. 하지만 5시 땡 되면 모두 집에 간다.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저녁 약속이 따로 있는 경우 거나 자기가 개인적으로 남아서 하고 싶은 게 있다거나. 정말 일을 ‘해야’ 해서 업무 시간 이후에 일을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그리고 그만큼의 일을 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업무량 자체가 한국과 비교했을 때 꽤나 많이 적다. 불가피하게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야근한 시간만큼 자기가 원하는 때에 퇴근을 일찍 하거나 출근을 늦게 하면 된다. 모든 게 극도로 합리적이다.


또 몸이 조금 안 좋거나 사정이 있는 경우 집에서 일하는 것도 굉장히 흔하다. 이건 에이전시 특징일 수도 있겠는데 자기가 할 일만 마친다면 팀 슬랙에 WFH(work from home) 한 마디만 남기고 집에서 일하면 된다.  


회사 동료 1이 회사에 데려오는 강아지. 주인이 일을 간 동안 반려동물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면 엄연한 동물학대이기 때문에 대부분 아침에 강아지 유치원에 맡기거나 회사에 데려온다.


이런 워라밸이 있는 문화와는 극도로 다른 환경에서만 일했었어서인지, 가끔은 '이래도 회사가 돌아가고 (우리 회사만 이런 게 아니라 많은 회사가 그렇다…) 돈을 버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여기선 다들 그러고 산다. 


다들 적정한 양의 일을 적정한 시간 동안 한다. 물론 끼니를 놓칠 만큼 무척 바쁠 때도 있지만 아주 가끔이고 잠깐이다.  퇴근 후 자기 전까지는 온전히 내 시간이다. 내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다. 나는 올해 여름에 한국에 돌아갈 예정인데 아마도 이 생활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 같기도. (벌써 그립다)



2. '인턴이라서 가능한 일'이 가능한 곳 (feat. 회바회)

인턴이라서 가능한 게 뭘까. 나는 부담 없이, 책임감은 조금은 내려놓고 최대한 많이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실적을 낼 필요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지도 않아도 되니까. 그게 일종의 인턴의 ‘특권’이 아닐까. 다행히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인턴에게 이러한 특권을 주는 회사다. 


나는 큰 프로젝트에 인볼브 되어있고 오너십을 갖고 일하지만 그게 내가 많은 걸 책임져야 된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내 멘토, 시니어급 실무자들과 함께 일하며 적극적으로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취하는 쪽에 가깝다. 


회사도 인턴에게 최대한 배움의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한다. 내 멘토들은 지속적으로 또 주기적으로내가 배우고 싶은 게 뭔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어떤지, 요즘 인턴십은 어떤지 물어본다. 이주에 한 번씩 인턴십 체크인 세션을 가지며 인턴십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인턴십 초반에 프로덕트 매니지먼트와 데이터 분석을 위주로 배우고 싶다는 니즈를 적극적으로 보였고 몇 가지 고충들을 털어놨었다. (나는 이런 게 하고 싶은데 지금 못하고 있어..st의 고충.) 처음에는 내가 무례하게 보이거나 바라는 게 많은 것처럼 느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멘토는 내 말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주었고 내가 원하는 걸 배울 수 있는 프로젝트에 인볼브 시켜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러면서 배운 게 많았다.


특히 클라이언트에게 한 시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부담이 많이 됐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Practice고 이걸 평가하는 사람은 없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만 다 하면 된다는 생각을 전제로 준비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동료들이 도와주었다.


인턴 2주 차에 진행했던 클라이언트 워크샵. 준비부터 퍼실리테이션까지 전부 맡았는데 난 퍼실리테이션에는 소질이 없음을 깨달음.


모든 회사가 인턴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건 아니다. 스웨덴에서도 인턴십 경험은 정말 회사 바이 회사다. 진리의 회바회 팀바팀 부바부. 아주 간단한 업무만 시킨다거나 UX 디자이너한테 브랜딩 전반 업무를 주는 등 직무와 관련이 없는 업무를 주거나... 주변을 보면 여러 가지의 이유로 각자 고충이 있다.


그래서 인턴십을 알아볼 때는 그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게 될지를 중점적으로 보는 걸 추천한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니즈를 표시하자. 겪어본 바로는 그 니즈를 욕심으로 생각하거나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3. 경쟁 없이 같이 일하는 문화  

전반적으로 혼자서 많은 일을 한다든가, 한 사람이 많은 걸 책임지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분위기다. 동료끼리 경쟁을 한다던가 누굴 이겨야 한다던가 그런 것도 없다. 가끔은 혼자 해도 될 걸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굳이? 이걸 같이 해야 하나?’ 싶은 부분도 있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서로를 서포트해주며 한 프로젝트를 함께 해 나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팀워크가 엄청 좋다던가 서로 굉장히 끈끈하다던가 이런 건 아니다. 그런 것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다. 퍼스널 스페이스가 매우 중요하고 개인주의가 굉장히 굉장히 굉장히 일반적이라 회사 동료가 친한 친구가 된다거나.. 그런 경우는 못 봤다. 다만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서포트하고 서로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며 일하는 분위기다. '따로 또 같이' 가 십분 작동하는 시스템인 것 같다. 


드디어 카페 테라스에서 커피 마시기 좋은 계절이 왔다.


4. 열정과 적극성의 차이

워라밸, 경쟁이 심하지 않다는 점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부분이다. 여기선 영혼과 육체를 갈아 넣어 일을 하지 않는다. 그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이 곳에서의 열일과 한국의 열일과는 다른 느낌.  한국은 약간 인력을 쥐어 짜내는 느낌이라면, 여긴 경쟁도 덜하고 ‘적당히’ 일하는 분위기다. 이를 바꿔말하면 극심한 경쟁으로 인한 최상의 아웃풋내기 vs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잘하기 의 느낌이다. 본인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좀 지루할 수도 있고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일 수도 있다.


처음에 인턴십을 시작했을 때 느낀 건, ‘내가 한국이었어도 이렇게 일했을까?’였다. 분명 한국이었다면 야근 혹은 추가 업무를 해가면서 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의 기대 이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을 것 같은데 여기선 5시 이후에는 칼퇴근, 일에 내 전부를 쏟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동안은 내 열정이 식은 건가, 노력하기 싫은 건가, 근데 다들 그렇게 일하는데…? 나 혼자 열심히? 근데 나 '혼자 열심히'라는 게 어딨나,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지 남들 안 한다고 나까지 안 하는 게 맞는 건가, 등의 별별 생각을 다 했다.

 

그리고 결론은 너무 당연하게도, 나만의 기준을 갖자 였다. 스웨덴이라고 하더라도 야근하는 사람은 있다. 물론 본인이 원해서. 각자의 기준과 목표치가 다른 것일 뿐이니 이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일에서 얻고자 하는 것, 배우고 싶은 것 등을 바탕으로 내 기준을 세우면 된다. 그리고 나는 내 기준에 따라 업무 이후에는 업무 이외에 내가 배우고 싶은 것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스웨덴과 한국의 사회 구조, 라이프 스타일, 문화가 굉장히 다른 만큼 일하는 방식에서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극과 극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 처음에는 무조건 워라밸이 최고지,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니 라는 생각이 전부였는데 일하다 보니 각각의 장단점이 보이고 또 스웨덴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외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충도 꽤나 있다. 


다음 편에서는 다르면서 아직은 적응하기 어려운 점들, 어찌 보면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공유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오늘은 오후 내내 시간이 널널해서 글을 쓰면서 시간 루팡을 한 건 안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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