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을 보내며

길고도 짧은 시간

by 유화

설계사가 되어 코드가 나온 지 벌써 한 달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낯설던 전철 타기도 자연스러워지고 멀게만 느껴지던 부천이란 지역도 익숙해졌습니다. 교육을 받는 동안은 사람들을 만나거나 개인적인 일을 볼 겨를이 없어서 3월만 되면 시간을 좀 자유롭게 쓰리라 생각했는데 정기적으로 출근도 해야 하고 시험공부도 해야 해서 꼭 그렇지만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작>이란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었기에 3월 한 달간 기억할 만한 부분을 정리해 보고 새로운 달을 맞이하려 합니다.


1. 복장과 트라우마

본사교육이 끝나고 지점 교육을 받는 동안 좀 캐주얼하게 입어도 될 것 같아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날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청바지는 입지 않는 게 좋겠다고요. 옷이라면 한 자부심 하는 사람인데 마음에 살짝 스크래치가 일었습니다. 게다가 이 말은 과거 기억을 소환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입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러 운동복을 입고 갔다가 예정에 없던 인사팀장과의 면담으로 제 복장이 이슈 되어 한동안 곤욕을 치른 기억이 있거든요. 다시는 옷차림으로 이야기 듣고 싶지 않았는데 인생은 어느 순간 반복되기도 한다고 느꼈습니다. 어쩔 수 없죠. 저를 위한 거란 생각으로 더더 잘 챙겨 입고 다니는 수밖에요.


2. 출근과 눈치싸움

처음부터 아이 야구부 지원도 하고 시간을 좀 자유로이 쓸려고 이 일을 선택했기에 주 3일만 출근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인과 만나고 볼일이 있다고 해도 출근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해서 잠시 갈등이 있었습니다. 사실 사무실에 나오면 루틴도 생기고 이것저것 정보도 듣고 제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부분도 선배들이 알아서 챙겨주셔서 당연히 나오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도움이 된다 싶으니 사무실에 오래 있지 못할 때도 되도록 사무실에 출근해서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가려고 합니다. 매니징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스스로 깨닫고 움직이는, 시간이란 게 필요한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3. 실적과 성질 사이

한 달을 지내보니 어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제 새로운 잡(Job)을 소개하는 중이고 배움도 있었고 시험도 패스했고 자평컨대 알찬 한 달을 보냈노라고 자부하는데 일적으로 실적만 따진다면 그렇게 보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본사 교육이나 여러 비전속에서 스스로 달성해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알아서 가능토록 노력하겠으나 추가로 주어진 목표나 시상 달성을 위한 실적은 채우지 않겠다고 조금 확고하게 거부의사를 밝혔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이런 태도가 앞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를요. 확실한 건 저는 바람과 햇빛의 내기에서 햇빛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4. 교육과 줄다리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교육이 시간이 지날수록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사내 사이트를 통해 교육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지만 이 또한 실적으로 집계되어 개수를 채우는 게 목표가 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남들과 다르지 않고 날림으로 수치만 올리게 되는 것이 스트레스입니다. 그래도 한 달 사이클을 돌아보니 실제로 필요한 수치가 얼마인지 알게 되어 요령껏 필요한 부분은 취하고 실질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활용방안을 고민해보고 있습니다,


5. 마음가짐 점검

저는 회사가 인천지역에 처음으로 오픈하는 전략지점의 첫 신입입니다. 아직 인테리어 중이라 부천으로 출근 중이고 송도로는 5월 중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저를 <1호 FSR>이라고 부르고 잘했으면 하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기대한다, 잘할 거란 말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부담이 되기도 하고 어디까지 그 기대에 부흥해야 할지 타협점을 찾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다른 사람에 의해 움직여졌을 때 동기를 잃기 때문에 스스로 설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가지려고 합니다.


적다 보니 내심 불평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야구선수 오타니는 17살 그 어린 나이에 이런 말을 방에 붙여놓았다고 합니다.

- 진지하면 지혜가 나오고, 어중간하면 불평이 나오고, 적당히 하면 변명만 늘어놓는다.

4월은 조금 부정적인 요소들을 덜어내고 지혜가 가득할 수 있는 달을 만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