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보장설계

쉽지 않은 일

by 유화

미루고 미루었던 제 보험을 들었습니다. 저는 그 흔한 실비보험도 없고 3만 원이 채 안 되는 암보험 하나 있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이 보험을 한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보험에 부정적인 사람이 얼마나 변하게 될까 와 새로 가입할 것이 많아 좋겠다는 부류로 나뉘어 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던 무렵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단 제 가족들의 설계를 직접 해보고 싶어서 회사에 들어온 것도 있었기에 건강보험을 설계하는 동안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무척이나 신중했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하고 좀 과하게 든 것도 같고 제가 보험가입이라니, 약간 어리둥절합니다.


사실 가장 먼저 들고 싶었던 상품은 당연히 저축성 보험이었습니다. 노후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돈을 좀 모으는 게 좋을 것 같고 회사 상품소개를 들으면서도 겉으론 보장성의 형태를 띠었지만 실제로 저축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달러 상품>에 꽂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모아도 아플 때 보장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치료하는데 목돈을 쓰느라 정작 누릴 수 있는 부분이 한정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고 지점 내 많은 선배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본인부터 챙기라는 말을 해주셨기 때문에 첫 보험으로 보장성 보험을 택했습니다.


제가 처음 회사상품으로 건강보험을 설계해 본 것은 엄마를 계약자로 한 건이었습니다. 그때는 건강보험 설계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도 모르고 그 많은 특약들을 제대로 인지도 못한 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진행을 한 부분이 있어 엄마에게도 미안하고 저 스스로에게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10년 차 베테랑 선배가 동석을 해줘서 실제로 진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 점검을 하면서도 큰 오류는 없었기에 시기상 적절했다고 느끼며 더욱이 빠른 진행 속에 배운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힘으로 그 건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다시 가입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계약 후에 받게 된 다른 회사 증권과 비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입원비 특약은 없애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고 변경청약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엄마의 보험료 3만 원을 반환해 드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그 선배가 그렇게 설계한 연유를 듣게 되고 또 제 나이대 설계와 어떤 점이 다른지 비교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2차로 저를 담당해 준 매니저에게 안내책자를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하면서 건강보험을 설계할 때 기본 뼈대가 될 수 있는 구성에 대해 묻고 시뮬레이션을 했습니다.


3차는 지점장 면담이 있었습니다. 제가 건강보험을 들고 싶어 한다는 소문은 있는데 실제 청약을 진행하지 않자 본인의 노하우를 1:1로 알려주시고 가상설계를 해오라고 해서 저녁에 해온 숙제를 다음날 점검을 받으면서 하나하나 수정하는 단계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에 저만 있던 날 잠깐 출근하신 또 다른 선배님께 틈을 타 질문을 했습니다. 이런이런 차이점이 있어 궁금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를요. 그러자 선배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리고 지나가면서 들은 제 개인적인 부분들을 기억하시며 이것저것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 나이대와 비슷한 본인의 설계안을 구성안만 추려서 출력해 주시고 저에게 맞춰 진행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고령자 설계안>, <안내책자 설명>, <지점장님 교육>, <선배의 프린트물> 이렇게 4가지 안을 비교하는 동안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확인하고 차이가 있는 부분은 대상자의 니즈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니 정해진 건 없다는 유연함을 장착한 채 제 건강보험 최종안을 정했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금액인 22만 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한 14~15만 원 정도면 적당할 거 같았는데 보장을 다양하게 구성하다 보니 좀 많아졌습니다. 더 이상 차일피일 미룰 수가 없어 우선은 진행을 시켰습니다. 이 한 건을 위해 거의 2주 이상을 매달렸더니 힘이 들긴 했지만 이제 건강보험 특약구성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제가 제 보험을 들면서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설계사도 때론 기준이 모호하고 치우친 정보에 휩쓸릴 수도 있으며 세상에 완벽한 계약은 없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이 말이 맞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렇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진단자금으로 치료를 진행하자는 생각에 단순하게 들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는데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다 필요한 것 같아 좀 과해진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우선은 짐을 덜고 저를 위한 선물로 생각하고 시작합니다. 완벽은 없더라도 최선의 길이 조금은 보이기에 또 한 걸음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