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시험

변액보험 판매자격시험

by 유화

시험이라고 적고 '시련'이라 읽습니다. 쉽지 않은 내용이고 말 그대로 작고 큰 시련이 있었지만 그래도 마무리가 되어 우선 한시름 놓습니다. 뻔한 시험이야기지만 그래도 기록을 하는 건 지난번과는 달리 유독 고마운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과정을 시간이 지나더라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2월 설계사 자격시험을 보자마자 두 번째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을 때 왜 이렇게 연속으로 시험을 봐야 하나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받아 들긴 했지만 처음부터 잘 집중이 되지 않았습니다. 범위도 많고 내용은 지난번 시험보다 더 생소하고 살짝 공부 의지가 생겨 중간에 펼친 부분에서 계산문제 하나가 이해가 가질 않아 고민을 해보다 그냥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며칠 뒤에 한 선배가 시험준비는 잘 되고 있는지 물었고 해설강의를 두 번 정도 들으면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지난번 시험은 이론강의 자체를 듣지 않고 바로 문제풀이에 돌입했는데 이번엔 강의를 들어볼 계획을 했습니다. 그런데 교재에 있는 강의가 영상으로 연결이 안 되기에 그냥 또 접었습니다.


그러고 또 며칠 뒤 그 선배는 제게 강의는 잘 듣고 있는지 물었고 교재에 있는 큐알이 오류 나서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자 본인의 노트북에 있는 강의자료를 바로 제 노트북에 옮겨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제 휴대폰에 같은 강의의 음성파일도 옮겨주었습니다. 강의는 집에서 집중해서 듣고 음성은 전철을 타고 다니는 동안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대로 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에는 또 물었습니다. 이론 강의가 어렵지 않은지를요. 네 어렵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우선 그냥 들으면 그리고 두 번 들으면 이해가 되는 순간이 오니 편하게 들으라고 했습니다. 귀찮아서 음성만 들은 제게 어떻게 알았는지 음성은 꼭 복습으로 들어야 한다고도 말해주었습니다.


시험이 며칠 안 남을 때였습니다. 저는 강의도 한번 들었고 어느 정도 이해를 한 것도 같고 뭔가 기로에 선 것 같은 느낌이 들던 차였습니다. 선배는 이제 질문대신 한마디 조언을 해줬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거 한 번에 끝내라고요. 잠깐 띠용! 하는 순간이 왔습니다. 맞습니다. 안 할 거 아니고 해야 하는 거면 당연히 한 번이 좋습니다. 집중이 안되고 자꾸 청소가 하고 싶어지면 이 말을 되새겼습니다. 한 번에 끝내자. 다음 달은 안된다.


시험 당일 아침부터 시험을 보고 와서 합격여부를 대기하는 동안 혹시나 떨어져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이 시험을 또 기다릴 걸 생각하니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공부내용도 내용이지만 업무에 집중할 수도 없고 또 그 먼 길을 가야 하는 게 너무 싫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합격을 했고 합격여부를 기다리고 계실 회사분들께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합격입니다>라고 썼지만 선배에게는 <덕분에 합격했습니다>라고 보냈습니다. 사실 말을 다 들은 건 아닙니다. 모의고사 몇 개 정도는 풀어보라 했지만 이 부분은 살짝 패스했습니다.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이 정도 '강의이해도'면 왠지 될 거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남이 참견하거나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굉장히 사교적이면서도 알게 모르게 벽을 치고 있는 사람이죠. 그런데 이번에 도움을 받는 일련의 과정에서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배려가 있었고 말들이 담담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선배는 평소에 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시간을 보낼 기회가 많았던 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의미 있는 질문을 해주시고 마음에 각오를 다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점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