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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문 Jul 24. 2019

현장 체험 학습을 떠나자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체험 학습을 가기 위해서는 안전, 이동 수단, 장소 사전 교육 및 공부, 식사 장소 확인, 보조 인솔 교사 확보 등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자주 다녔다. 학교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부와 활동을 넘어 배운 내용, 배울 내용들을 직접 확인하고 체험해 보거나, 더 확장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아울러 방학이나 주말에도 가족과 다양한 장소로 나들이를 다닐 기회가 별로 없는 저소득층 아이들, 혹은 상황이 여의치 않은 아이들에게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현장학습이 여러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예체능 과목과 사회 교과와 연계하여 다녀온 현장학습 장소 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주요 장소는 다음과 같다.      


1) 자전거 하이킹

  중앙선 팔당역에서부터 다산 정약용 유적지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이 길은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잘 이루어져 있다. 아이들은 역 바로 앞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대여하고. 앞장은 내가 섰다. 맨 뒤에는 보조 교사 혹은 자전거를 잘 타는 친구들 중 희망자를 배치하여 크게 뒤처지는 아이가 없도록 신경 썼다. 

  다산 정약용 유적지는 꽃과 잔디밭, 강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게 조성된 생태 공원, 실학 박물관, 정약용 생가 등으로 이루어져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오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오후에는 이곳에서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거나 정약용 및 실학과 관련하여 현장 학습을 진행했다.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아이는 학기 초에 학부모에게 이야기하여 미리 연습할 수 있도록 부탁하고, 그래도 안 된다면 교사가 2인용 자전거에 태웠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유적지로 진입하는 길은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자동차 길과 가깝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자전거 하이킹은 교사가 사전 답사를 비롯하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이고 당일까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힘든 활동이다. 하지만 산을 끼고 강을 바라보고 바람을 맞으며 여러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를 탄 시간은 많은 아이들과 나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2) 연극 및 미술관 관람

  예술은 인간의 삶과 생각, 감성을 소리, 색, 모양, 이야기, 움직임으로 더 풍성하게 채워 준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예술 영역 관련 체험학습은 아이들이 예술 작품 감상에 관심을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꾸준한 지도가 지속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1회성 체험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래도 자극적인 영상물과 음악들이 아이들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시대에, 아이들의 삶과 관련하여 수준 있는 문화 예술 체험을 제공해 주고 싶었다.       

  연극과 미술관 관람을 하루에 묶어서 ‘공연 및 전시회 관람 활동’을 계획하였다. 서울 대학로에는 연극 공연장과 미술관이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대학로 소극장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연극이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연극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가족, 친구, 학교 폭력, 게임 중독’처럼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연극 전용 무대의 조명, 무대장치, 풍부한 음향 안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춤과 노래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특히 배우들이 펼쳐 보이는 눈빛, 몸짓, 표정, 대사 하나하나는 무척이나 역동적이고 실감 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선다. 최근 본 공연에서는 무대 뒤편에서  배경 음악 연주까지 라이브로 들려주었다.  

  근처 마로니에 공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미술관 관림이 가능하다. 공원 안에 있는 ‘아르코 미술관’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미술관 규모가 작은 편이고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정숙하고 안전한 관람을 위해 사전 교육이 특히 중요한 곳이다. 최근에는 비누를 소제로 한여러 가지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많은 아이들이 흥미로워했다.

  서울 시립 북 서울 미술관과 국립현대 미술관 덕수궁 관도 다녀온 적이 있다. 인물, 환경, 전쟁, 역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품은 미술 작품들이 회화, 조각, 판화, 조형과 같이 다채로운 형태의 기법으로 전시되어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단, 미술관에는 어른 입장에서는 예술성 있는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선정성, 혹은 폭력성을 연상시킬 수 있는 작품들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3) 국회&법원 참관

  6학년 사회시간에는 정치를 배우면서 국가의 주요 기관인 ‘행정부’, ‘국회’, ‘법원’을 공부한다. 교사가 교실에서 모의로 국무회의, 입법 및 예산 조정, 재판 활동을 진행하면 아이들은 흥미를 가지고 활동에 참여한다. 여기에다가 더해서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각 기관에서 하는 일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한다면 아이들이 기관에서 하는 일에 대하여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국회에서는 국회 의사당 참관과 헌정 기념관 관람이 가능하다. 아이들과 함께 국회의원들이 실제로 의정 활동을 벌이는 본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당일 본회의가 잡혀서 참관이 취소되기도 했다. 

  헌정 기념관에서는 국회의 역사와 역할에 대한 각종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흥미로운 활동은 의정체험관에서 이루어지는 의정활동 체험이다. 아이들이 직접 국회의원이 되어 법안을 상정하고 토론을 하여 가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법안을 상정하는 아이는 대형 화면 속에 있는 실제 본회의장을 배경으로 마이크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토론은 다 함께 진행한다. 이어서 아이들이 앉은 의자에서 자기 의사에 따라 버튼을 누르면, 다 함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국회 의사당과 헌정 기념관 사이에 있는 국회 도서관도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

  법원 참관은 법원 소개-실제 재판 참관-판사와의 대화 순으로 이루어진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법원에 연락하여 참관이 가능한 날짜를 정해서 예약할 수 있다. 법원에 도착하면 직원이 나와서 비어 있는 재판장으로 안내해 준다. 그곳에서 법원에 대한 소개를 받는데 이때 법원에 따라서는 피고인이 재판 전에 머무는 곳도 잠시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재판을 참관하게 된다. 그날 어떤 재판이 잡혀 있느냐에 따라 참관하는 재판의 성격이 다르지만, 아이들은 판사와 피고인, 검사와 변호사의 이야기를 숨죽이고 들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재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던 것이다. 재판 참관이 끝나면 다시 처음에 법원 소개를 받았던 재판장으로 돌아와서 판사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아이들은 판사에게 미리 준비한 ‘가장 판결을 내리기 힘들었던 재판은 무엇이었나요?’, ‘법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다고 생각하시나요?’와 같은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전에는 예약이 쉽지 않아서 청와대를 견학해 본 적은 없다. 앞으로 다시 아이들과 정치를 공부하게 된다면 시간과 상황을 잘 맞춰서 청와대, 국회, 법원을 2,3일에 나누어 모두 체험해 보고 싶다.     


4) 박물관

  박물관은 체험학습 장소로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곳이다. 사회 시간에 공부하게 되는 경제, 역사 영역과 연관 지어 화폐 박물관, 한글 박물관, 국립 중앙 박물관을 다녀왔다. 세 곳 모두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데 화폐 박물관과 한글 박물관은 규모가 작은 편이다.(국립 중앙 박물관과 한글 박물관은 걸어 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따라서 체험 학습 일정으로 ‘화폐 박물관+한글 박물관’, ‘화폐 박물관+국립중앙박물관’, ‘한글 박물관+국립 중앙 박물관’, ‘국립 중앙 박물관 하루’와 같은 조합이 가능하다.     


⓵ 한국은행 화폐 박물관

  우리나라 화폐의 역사와, 화폐가 만들어지는 과정, 위ㆍ변조 화폐 구별 방법, 전 세계 화폐의 종류까지 화폐와 관련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입구에서 아이들 수만큼 활동지를 받아서 정리하며 둘러볼 수 있다. 퀴즈, 영상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체험 학습실과 한국은행 금고 모습을 재현한 모형 금고도 흥미롭다.     


⓶ 한글 박물관

  2014년에 개관한 곳이라서 그런지 매우 세련된 분위기를 지닌 박물관이다. 한글의 유래와 의미, 역사를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 조형물, 음악, 소리, 사진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전시작품을 통해 한글이 지니고 있는 예술성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⓷ 국립 중앙 박물관

  많은 학교 학생들이 체험 학습 장소로 찾는 곳이다. 그만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다는 점이다.

  체험 학습을 오전 오후로 나누어 다른 장소와 합쳐서 진행한다면 1층은 반드시 관람해야 한다. 1층에 선사 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2층은 서화관, 기증관, 3층은 조각 공예관, 아시아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중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나와 있다. 그래서 나는 가기 전에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넘겨보며 직접 보고 싶은 유물들을 미리 살펴보았다.     


  사실 박물관으로 체험학습을 가면 해설사의 설명을 듣거나 교사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인솔하지 않을 경우 뛰고 장난치거나 별생각 없이 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록해야 할 내용이 많은 학습지를 준비하면, 아이들이 내용을 채워 넣기 위해 전시물을 제대로 관람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체험학습을 가기 전에 사진, 책, 동영상, 인쇄물과 같은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가 가는 곳이 어떤 곳이고 가서 무엇을 보고 배울지 충분히 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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