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뽑기조차도 단 한 번 당첨된 적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 일이란 정말 알 수 없다.
그런 내가 6년 사이에 청약에 2번이나 당첨이 됐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평생 운을 다 끌어다 쓴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허리디스크로 1년 반동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살다 보니 마음의 문제도 생겼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다. 금융 치료보다 확실한 것이 주거 치료인가 싶을 만큼 우울한 감정들이 많이 사라졌다.
어떤 청약에 당첨이 됐다는 건가? 2018년도 LH 행복주택이 시작이었다.
당시 이직을 위한 취업 준비 상태. 백수 상태에서 희망을 잃고 하루하루를 지옥같이 보낼 때였다. 그 당시에는 현실이 너무 막막해서 당첨이 됐을 때도 별다른 기쁜 감정이 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무슨 정신에서인지 어디선가 들은 LH이야기를 가지고 홈페이지를 생각이 날 때마다 드나들었다.
그럼에도 청약 통장은 없었다. 그런데도 당첨이 됐다. 계약서를 쓸 때까지 청약통장은 없었다. 계약할 때까지 만들면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청약에 관심이 없었는지 알겠는가? 그렇다고 청약통장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청약을 들어놓으면 가산점도 있고, 우선순위가 바뀐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이가 청약이 없다면 무조건 들으라고 할 것이다.
청년 전형(6년), 26A(약 11평), 베란다가 있는 1.5룸에 당첨이 됐다.
보증금은 580 언저리에 월세가 14만 원이었다. 복도식 신축 아파트에 럭키 7층! 심지어 끝집이라 편하게 쓰기 좋았다. 어떤 집은 사니 죽니 할 정도로 층간 소음이나 담배 냄새가 심했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 집 바로 옆에는 강변이 위치하고 있어 운동하기도 좋고 전망 또한 기가 막혔다. 친구들도 가족들도 힘들어할 때면 요양하러 오라고 할 정도로 조용하고 쉬기 좋은 곳이었다.
그렇게 영원히 이 집에서 살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있나. 시간은 총알같이 흘러갔다. 청약이라고는 LH밖에 모르던 나는 4년 차부터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6년이 지나고 나면 신혼부부 전형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LH에서 살기는 힘들어졌다.
(집 앞 강변 산책로, 차로 20여분 가면 도착하는 강변 산책로 등)
나는 맥시멀리스트이자 도라에몽이다. 살면서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은 갖춰야 하다 보니 점점 짐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5년 사는 동안 짐이 두 명이상은 사는 집이 되어버렸다. 이 많은 짐들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1.5룸 이상, 옵션 없는 집. LH의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 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집. 사실 불가능하다고 봐야 했다. 투룸이 욕심났던 나는 매일 다방과 직방 어플을 드나들었지만, 50~70만 원 사이의 월세가 평균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가? 아니다.
LH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 영구임대주택을 노렸다. 차상위계층이 1순위로 지정되어 보통의 소득순위(공고마다 다르니 공고를 참고.)라면 2순위가 일반적이라 당첨 기회가 적다고 했지만 부지런히 지원했다.
여전히 허리디스크 때문에 걷는 게 불편했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잡고 서류를 하나씩 떼고 공부하면서 제출했다.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부터 시작해서 작은 단편 소설집 정도는 될만한 서류들을 떼서 제출해야 한다. 그 마저도 기본 서류라서 홈페이지에 요구되는 서류 외에도 더 필요한 서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행정복지센터를 부지런히 드나들어야 한다. 단지 신청을 위해서만 해도 말이다. 그럼에도 주거 이득이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에 귀차니즘은 무조건 극복하길 바란다.
마지막은 LH에 당첨되기 위한 꿀팁 제공!
참고할 수 있는 어플은 LH청약플러스와 내 집 다오 어플이다. 특히 내 집 다오는 내가 원하는 지역과 공고를 설정해 놓으면 해당 공고가 떴을 때 자동으로 알람이 온다.
나는 LH청약플러스 어플보다 이 어플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다. 아무도 나한테 LH청약홈 외에 민간, 공공임대는 청약홈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처음 알았을 때는 너무나 그들보다 뒤처지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때부터 시작했다. 어차피 당첨되면 내가 주거 치료를 바로 받아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알게 된 순서로 뽑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다. 다들 지금 알았다는 사실에 뒤처짐을 느끼지 말고, 그리고 귀찮다고 깔아놓고 잊어버리지 말고 공고 알람이라도 눌러놓자. 그러면 잊고 있어도 알람이 온다.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적어도 나는 친절하게 알려주고 싶었다. 다들 금융 치료보다 더 확실한 희망을 주는 주거 치료에 1%의 가능성을 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