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산책|
나와 고양이, 우리만의 색다른 산책
나는 고양이와 늘 함께 산책을 나가요.
내가 정한 대로 우리는 언제나 다니던 길로 가고,
똑같은 곳에 멈춰서, 언제나 하던 놀이를 해요.
인생을 통제하려는 것이 맞는가? 통제 성향의 부모로부터 자라난 나는 참는 것과 눈치 보는 것이 습관이 됐다. 하지만 참는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어디론가 터져서 튀어나갈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원하는 답을 들어야만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단점도 생긴다.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은 통제하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 내가 원하는 대로 삶이 흘러갈 때는 오만하게도 스스로를 잘 통제하고 절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게도 했다. 그로 인한 좌절감과 상실감은 자신을 무너뜨리게끔 했다.
이제는 안다.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받아들이는 법을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현실에 안주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분명히 단점을 보완하고 성장하면서 삶을 개선시켜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변화의 시작도 지금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불안감은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온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 또한 눈앞에 닥친 것부터 하나씩 해나갈 때 온다.
조급함은 '몸과 마음이 분리되는 순간' 생기는 것.
"스트레스란 지금 '여기'에 있지만 '저기'로 가고 싶어 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에크하르트 톨레
인디언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도 어느 순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재를 살지 못하고 항상 미래에 가 있는 습관을 버리고자 했고, 아무리 바빠도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썼다. 그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잡은 후에는 목표하는 지점은 아예 잊어버렸다. 그냥 오늘 할 만큼의 일만 생각하고 그것을 즐겼다. 그러자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줬다.
한 발만 떨어져서 보면 세상 큰일이라도 난 듯 분노했던 순간, 정의의 투사처럼 불끈 쥐었던 주먹, 누군가를 향했던 원망과 미움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란 걸 깨닫곤 한다. 얄밉게도 슬그머니 끼어든 앞차나 고의가 아닌 동료 직원의 사소한 실수, 가족의 잔소리까지. 내가 여유롭지 못하고 조급할 때는 그것들이 참아서는 안 될 불의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내 안의 어른을 한번 불러내보자. '어지간히 급한 일이 있나 보네' 하고 웃으며 양보하는 여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지'라며 꽁한 마음을 지워버릴 수 있는 배포, '남편이 오늘 스트레스가 많았나 보구나'라고 생각하며 안아줄 수 있는 현명함 정도는 충분히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 느긋하게 살았더니 내가 더 좋아졌어요, 코세코 노부유키 지음 중에서
세상은 두 주먹을 꽉 쥐어야 성공할 것같이 느껴지지만, 사실 진짜 중요한 일은 힘을 뺄 때 이루어진다.
나를 돌봐주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 내 안에 아파하는 자아를 외면하지 않으면 좋겠다. 불안과 화, 조급함, 질투, 열등감 등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내가 먼저 이 감정들에 다가가 말을 걸어보자. "괜찮니? 어디가 그렇게 힘들었어?" "내 손 잡고 일어나 볼래?" 처음엔 나를 마주 본다는 것이 조금 민망하고 머쓱할 수 있겠지만, 계속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면 분명 스스로와 더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 느긋하게 살았더니 내가 더 좋아졌어요, 코세코 노부유키 지음 중에서
새로운 일을 마주할 때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최근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접어들 때의 설렘과 불안, 두려움을 모두 마주하고 있다. 나는 여태 그래왔듯 최대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너무나도 쉽게 인터넷 강의를 찾았다. 그 분야에서 유명하다는 강사들을 찾아 주도적인 학습을 하지 않고 그저 강의 수만 세면서 따라가기 급급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마저도 시간에 쫓기고 있고, 해야 할 일들은 까마득하게 쌓여있다. 밤새도록, 하루 종일 해도 모자란데 출퇴근을 하고 쉬는 날엔 진짜로 쉬고 싶어서 공부가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잠을 자서 피로가 완전히 회복되는가? 이상하게 잠은 어느 정도 자면 더 이상 오지 않는다. 하지만 답답하고 피곤한 느낌은 가시지 않는다. 다들 알 것이다.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는 피로감이라는 것을. 마음 한편에 있는 걱정거리를 계속 생각하느라 쓰는 에너지 때문에 말 그대로 기가 빨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최근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글쓰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짜 '저기'가 아닌 '여기'에 있게 해주는 일이고, 진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나에게 힘을 빼게 해 준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어떤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힘을 준다. 힘을 빼야 힘이 들어올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고양이 산책>에서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항상 정하는 길로만 가고, 항상 하던 놀이를 하는 것은 옳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옳은 것보다 틀리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다른 것을 얻게 된다. 틀린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정답이 있다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나보다 모르기 때문에 내가 다 결정해 줘야지 했던 존재에게 믿음으로 모든 것을 맡김으로써 아름다운 것들을 얻게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은 내가 통제하지 못하던 것에서 새로운 정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가본다던지,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매일 가던 도서관이랑은 다른 곳을 택해본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이곳에서 나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감각과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 항상 그림책은 혼자 골랐었는데 오늘은 친구의 픽으로 얻게 된 그림책으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했다.
다 같아 보여도 도서관마다 큐레이션 되어있는 그림책의 종류가 다르기도 하다. 매번 다른 도서관을 갈 때마다 얻는 이런 흥미롭고 아름다운 그림책들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설렘과 영감을 함께 느껴보는 하루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