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환한 날 보내세요

마음버스|김유 지음

by 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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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환한 날 보내세요"


마을버스에서 ‘ㄹ’이 사라졌다.


‘마을버스’는 ‘마음버스’가 되었고, 곰 아저씨는 네모난 창틀을 덧대어 새로운 이름표를 달고 달리기 시작했다. 허리가 아픈 보따리 할머니, 하품을 하며 앉은 안경 아저씨, 한숨을 쉬는 모자 할아버지까지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일상에 짓눌린 채 버스에 오른다. 곰 아저씨가 환한 얼굴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버스 안은 침묵으로 가득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물들이 줄지어 도로를 건너는 통에 급정거를 하게 된다. 덜컹-. 붙여둔 ‘마음버스’의 ‘ㅁ’이 흔들린다. 혹시라도 떨어질까 곰 아저씨는 조심스레 운전대를 잡는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뭔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하고, 곰 아저씨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조심스레 설명한다.

신기하게도, 그 조심스러운 말 한마디에 사람들의 입이 트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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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사는 우리 손자가 생각나네.”
“어르신은 모자가 참 잘 어울리시네요.”
“눈이 부은 걸 보니 어제도 늦게까지 일하셨나 봐요.”


소소한 인사가 오가고, 차창 너머로 벚꽃 잎이 샤라락 날아든다. 바람을 타고 날아든 꽃잎이 하나씩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 굳게 닫힌 마음 위에,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리고 누군가 중얼인다.
“마, 음, 에, 도, 꽃, 이, 피, 었, 어, 요.”


그날 이후,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인사를 건넨다.
“내일 또 봐요.”
“안녕히 가세요.”
“조심히 가세요.”
“다들 힘냅시다.”
“꽃처럼 환한 날 보내세요.”


그 작은 인사 한마디가 따분하고 무기력했던 일상에 따뜻한 물결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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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안녕하세요’조차 주고받기 어려운 시대다. 이웃에게도, 직장 동료에게도, 인사라는 가장 기본적인 연결조차 희미해진다. 그런 무미건조한 하루하루가 당연해지고, 말 없는 얼굴들이 거리를 가득 채운다. 하지만 문득 누군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말할 때, 마음 한편이 환해진 적 있지 않은가. 그 말 한마디에, 초점 없던 눈동자가 잠시 멈추고, 함께 미소 짓게 되는 기적을 경험해 본 적은 없는가.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가는지조차 모른 채, 그저 ‘사회가 그러니까’, ‘그래야 하니까’라는 이유로 버티는 하루에 무기력을 느낀다. 하지만 나를 ‘나’ 답게 만드는 것, 특별한 존재로 살아가는 법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그걸 하나씩 해나가는 것.
그게 곧 ‘나다움’이고, 내가 빛나는 방식이다.


오늘 하루,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오늘 내가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선물은 무엇일까?


환하게 웃으며 건네는 인사 한마디.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의 하루는 꽃처럼 환해질 수 있다.
받을지 말지는 그들의 몫이지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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